brunch

참외 한 조각

by 여유

엄마 가게는 낮은 복층으로 이루어졌다. 위층은 엄마 작업실이다. 미싱과 다리미, 재단 작업대가 놓여 있었다. 아래층에는 맞춤 옷감들이 진열돼 있었다. 조그마한 부엌이 있어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었다.


1970년대 - 2000년대는 옷을 맞춰 입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의상실을 운영했던 꿈 많은 아가씨는 청주로 시집을 왔다. 잠시 접었던 의상실을 다시 차렸다. 꿈을 이뤘지만 마음과 몸은 황폐해져 갔다.


할머니의 모진 말과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엄마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거처를 옮겼다. 바로 엄마의 가게로.


그렇게 한 달?

엄마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삼 남매는 잠은 집에서, 밥은 엄마가게에서 먹었다. 주말에는 엄마랑 잤다.

엄마 없는 집 안은 점점 엉망이 됐다.


제삿날이다. 둘째와 셋째네가 음식을 해왔다. 후딱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싹 다 가져갔다.


참외 먹어.


하며 달랑 한 조각을 냉장고에 넣어놨다. 그 누구도 먹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매번 제사 때 게걸스럽게 먹고, 잔뜩 챙겨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참외 한 조각은 나의 뇌리에 박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참외 한 조각은 아까워서 어떻게 두고 간 건지.


매번 공짜로 먹던 제사 음식을 본인들이 돈을 내고 해 보니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난 그들과 정을 떼버렸다.

정. 뚝. 떨

keyword
이전 27화한 달 전부터 귀에서 피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