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덩이가 나오는 아이
그날은 신기한 날로 기억된다. 희비가 엇갈리던 날이었다.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별안간 뜬금없이 아빠랑 할머니가 말다툼을 했다.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할머니가 아빠를 때렸다. 아빠는 맞기만 했다. 피하던가. 엄마를 때릴 수는 없으니.
내리 삼 형제를 낳은 할머니였지만, 나에게는 고모가 존재했다. 고모에게는 나보다 한참 큰 딸도 있었다. 한 열 살 이상 차이가 났다. 그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동네 아줌마한테도 난 이모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 고모는 진짜 고모였다.
잠시 후 고모와 딸이 왔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서있었다. 뭐지?
어린 날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참 신기한 기억이다. 명절에도 안 오는 고모는 얼굴도 기억 안 난다. 그리고 곧 셋째 부부가 도착했다.
할머니 :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동네 사람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팔팔하던 할머니가 곡소리를 낸다. 왜 갑자기 죽는시늉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엄마가 말하던 할머니의 연극이구나.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신기했다.
나한테만 하는 검도를 아빠한테도 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거실 책상 밑에서 쭈그려 가만히 있었다.
갑작스럽게 셋째 작은 엄마는 아빠의 멱살을 잡았다.
셋째 작은 엄마 : 네가 해준 게 뭐가 있어?
상황상 도대체 이해는 안 갔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고 했다. 그날 일을 계기로 할머니는 짐을 쌌다. 옷가지를 챙기고, 요강도 챙겨갔다. 그렇게 할머니가 떠났다.
할머니가 떠나는 날. 동생은 많이 울었다. 동생에게 할머니는 엄마였다.
나도 많이 울었다. 나의 연필 저금통이 사라졌다.
찬란하던 오빠와 동생의 시대. 막이 내려갔다. 할머니가 떠난 집. 할머니 방은 오빠의 방으로 변했다. 이득은 결국 아들 차지.
난 더 이득을 봤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엄마의 고통도 끝났을까?
결국 할머니 말대로 난 금덩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돈덩이가 나오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