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할머니에게 죽음의 발차기를 당한 후
할머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본인 방. 학교. 본인 방. 학교.
엄마는 아침과 저녁을 챙겨 드리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갔다.
부엌. 회사. 부엌. 회사
아들인 아빠는
때때로 할머니방에 들러 간식을 챙겨드렸다.
안방. 할머니방. 안방. 할머니방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할머니.
매일 늦은 밤 들어오는 엄마에 대해 못마땅해했다. 늘 하던 의심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이제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여자가 밤이슬을 맞으면 안댜
여자가.
여자가.
다시 시작된 할머니의 상상의 나래와 억지.
아빠는 할머니에게 그만하라며 화를 냈다. 할머니 옆에 지팡이는 없었다.
6.25는 왜 일어났을까? 방심해서?
그게 아빠의 실수였다.할머니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오른손을 뻗었다.
아빠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불꽃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자! 이제 시작이다.
이 노무자식이 어디서 큰 소리여!
할머니의 운동 메이트는 아빠로 확정됐다.
그 후로도 할머니는 자주 아빠를 상대로 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