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의심 가는 사람은 나다.
나는 다행히 타지에 있었다.
뚜벅이라 재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 용의 선상에도 들 수 없었다.
저녁 9시경?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슬프거나 그런 건 아니고
나 : 엄마, 진짜? 진짜? 나 어떻게 해? 지금 가?
엄마 : 급한 거 아니니까 내일 와.
믿기지 않았다. 진짜 죽었나?
그렇게 난 아침 일찍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눈물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동생은 왜 우는 건지. 엄마는 왜 우는 건지.
할머니는 수의에 싸여있다.
뽀얗다.
그게 할머니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둘째 며느리 (별명 : 변호사)가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말한다. 빠이 빠이.
신났다.
재혼한 셋째네 부부.
그 여자는 봉고차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날 멱살을 잡던지 귀쌰대기든 뭐든 날렸어야 했는데, 왜 참았지? 싶다.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의 화려한 일대기가 끝나간다.
아빠의 외삼촌과 외숙모가 말한다. 고모(할머니 친딸)는 안 불렀어?
엄마 : 직접 셋째한테 물어보세요
셋째 부부와 친했던 고모.
설마 셋째가 이렇게 큰 일에 대해서 연락을 안 했겠나?
고모와 우리는 이미 절연한 사이다. 사고 난 오빠에게 악담을 퍼부어서. 연락처도 없다.
귀쌰대기 : 귀싸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