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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7채장단

동부창고의 봄. 진짜 창고

by 여유

동부창고에 봄이 찾아왔다.

목련이 폈다.


석양.


나의 목적지. 동부창고

진짜 창고라는 점.


오늘의 패션


평소 열명 정도 오던 북.

오늘은 나 포함 세 명뿐이다.

사람이 줄어드니 작아지는 내 마음.

빈자리를 내 북소리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그 누구도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꽃나비 장단

둥--둥--둥-둥-둥-

둥-두둥-두둥-둥-둥-


다드래기

둥-두둥-두둥-두둥-두


7채 장단

...


지난주에 했던 장단을 복습해 본다.

다시 초기화되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

들킬까 조마조마.

결국 들키고 말았다.

열명일 때는 안 들켰는데

세명이라. 진짜 바로 들킨다.


스승님의 개인 지도

스승님 덕에 확실히 박자에 맞게 할 수 있게 됐다.


농악단원들이 잔뜩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스승님은 좀 더 편안하게 하라고 하신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휭휭.

괜히 북채를 여유 있다는 듯 휘둘러 본다.



7채 장단.

아주 간신히 쥐어짜며

이어가긴 했는데.

어색하다.

잔뜩 주눅 든 내 모습.

따라가기 급급하다.




잠깐의 휴식시간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신나게 두드릴 체력도

집중력도

감도 없는 나약한 나의 모습.


드러눕고 싶다.



단체 연습이다.

일어나! 태극진!!

오늘도 나의 북 수난시대는 이어진다.


한참 연습하다 보면

모두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난 점점 창백해진다.



지난번 북이 무겁다고

스승님께 말씀드렸더니

좀 더 가벼운 북을 가져오셨다.

감동쓰.

그런데 똑같은 북을 가져오셨다.

작은 의견에도 신경 써주시는 거에

이미 나의 북은 가벼워졌다.



30분, 40분 북을 들고 두드리는 게 무거운 게 아니다.

북과 함께 제조창까지 오고 가는 시간에 나의 체력이 소모된다.


아니.

점점 튼튼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점점 건강해지는 나의 모습.

조만간 근육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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