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험. 재시험

by 여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집중이 안 됐다. 예전 같으면 쉽게 들어올 글들이 눈앞에서 흐트러진다. 마음을 다시 잡지만, 나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시험 날. 나는 1차는 붙고, 2차는 떨어졌다.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런데 자신이 없다.

나름 노력하지만 글씨가 날아다니고, 외워지지 않는다. 결국 다시 도전한 시험에서 조차 떨어진다.


눈물이 났다. 핑계란 핑계는 다 대본다. 그럼 뭐 할 것인가? 다 내 탓이지.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정신력 부족이다.


삼시세끼 약 먹어야 하는 내 탓. 약기운에 해롱대는 내 탓이다. 티브이 속 환자들은 공부만 잘해서 의대고, 법대도 턱턱 붙는데. 난 꼴랑 이 정도 증세 가지고, 징징거린다. 그날로 자꾸 돌아간다. 갈 수 없는 거 알잖아. 집에 와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 본다.


가족들 그 누구도 내 시험에 대해 일절 꺼내지 않는다. 난 포기하기로 한다. 2년의 시간 동안 안된 거면 안 되는 일이었던 거다. 내가 준비했던 시험에 대해 말이 많다.


사기꾼이라느니, 됐다. 미련 없이 포기한다. 난 남 등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조건이 돼야 뒤통수도 치는 법.


2년의 시간은 그렇게 흘려보내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간다. 슬라임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과학을 좋아했던 나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나름 전공을 살려본다. 주전공 화학 그리고 부전공 디자인. 그 후 총 네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잘했다.

keyword
이전 12화참다 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