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었던 그곳을 내 발로 직접 찾아가다.
턱의 고통은 날로 심해져 감당할 수가 없었다. 기존 다니는 병원에서 천안단국대병원으로 소견서를 써줬다. 가는 시간만 한 시간. 예약이 다 차서 돌아갈 뻔했으나, 운 좋게 네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의사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다음에 또 와야 한다며 예약 일정을 잡았다. 물리치료와 약을 처방받았다. 청주에서 볼 수 없는 장비다. 이래서 단대, 단대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단국대 병원은 동생이 차로 데려다줬다. 뚜벅이인 나에게 천안은 너무 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다니던 병원으로 갔다. 투명 틀니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들어보는 치료다. 그리고 나에게 병명이 추가됐다. 턱관절장해.
물리치료는 계속 진행했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가는 길이 나에겐 힘들었다. 구역질이 났고, 어지러웠다. 가다 서다 몸도 아프고, 나에게 물리치료 가는 길은 지옥길이었다. 물리치료 중에도 어지러움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횡단보도를 걷다 차를 마주하게 되었다. 내 몸은 굳어 버렸고, 눈을 감아버렸다. 숨이 막혔다. 땀에 옷이 다 젖어 버렸다. 어떻게 그 순간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결국 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말한 곳, 가기 싫었던 그곳을 내 발로 찾아가게 되었다.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어떤 증상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에 답을 하면 되는데 왜 울면서 얘기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숨이 막히고, 다들 웃고 있는데, 나만 죽을 것 같다. 차가 나에게 오는 것. 인도조차 나에게는 무섭다. 소리. 다 무섭다. 집 근처 사고 지점을 피해 뺑 돌아간다.
의사는 왜 이제 왔는지에 대해 묻는다.
죽을 것 같아서요. 횡단보도는 건너야 해서요.
면담이 끝났다. 진료실을 나왔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학생은 왜 왔어요? 물어보신다. 차사고 후, 횡단보도에서 멈춰버린 일을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난 오토바이가 무서워요. 예전에 오토바이랑 사고가 난 뒤 그것만 보면 못 움직이겠어. 난 그걸 몰랐네. 그것도 후유증이구나. 난 우리 딸 때문에 왔어. 우리 딸이 가만있다가 막 울어. 이유를 모르겠어.
의외로 아픈 사람들이 많다. 그날 일이 없었으면 다시 시계를 되돌려 보지만, 돌아갈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