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장 Mar 11. 2024

아빠 골든벨, 아빠도 척척 육아

아이와 같이 성장하는 아빠

“참여 가족 모두에게 점심 쏩니다”고심 끝에 학부모의 단체 카톡방에 올린 공지다. 부모님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관심 끌기에는 성공이다. 인천 육아 종합 지원센터와 함께하는 “아빠 육아 골든벨, 아빠도 척척 육아”란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 행사의 참여 독려를 위한 미끼로 행사가 끝나고 점심을 사겠다 공표했다. 어린이집 활동 참여가 많지 않던 아빠들의 참여 유도가 쉽지 않다. 서로가 서먹해하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아빠 골든벨에 대한 공지를 샅샅이 찾아 안내하고, 참고 자료도 자세히 살펴 안내하며 함께 해보자 설득하니 감이 오는지 참여를 신청하는 아빠가 점점 늘어난다. 많은 부모님의 관심과 참여가 감사하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도울 방법을 궁리했다.


     우선, 아빠들이 동화책을 읽어야 하고, 동시와 동요를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또한 육아 상식도 필요하다. 필독 도서로 지정된 동화책인 지각 대장 존, 겁쟁이 빌리, 장수탕 선녀님,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괜찮아, 의 좋은 형제 등을 이곳저곳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대여해 각 가정이 서로 돌려 읽도록 했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아빠들이 짬을 내 아이들과 같이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다. 동시로는 살금살금, 나는 좋아요, 우리는 친구 등의 동시를 단톡방에 올렸다. 온 가족이 격려하며 외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와서도 동시를 중얼중얼한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가정과의 소통에 금방금방 반응이 오니 재미있다. 다음 동요로는 참 좋은 말, 멋쟁이 토마토,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넌 할 수 있어, 상어 가족도 단톡방에 올리며 아빠들이 아이들과 율동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노래가 있는 가정은 참으로 아름답다. 준비과정을 함께 즐기며 아이와 아빠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드디어 행사 당일 참여한 모든 가족의 가족사진을 넣은 플래카드를 만들어 챙겨 들고 선학 체육관 강당으로 갔다. 대 강당에는 어림짐작 이백여 분은 족히 될 아빠들이 각각 화이트보드를 들고 앉아있다. 각 가정에도 아이와 엄마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골든벨에 출전한 아빠를 응원하며 축제처럼 들뜬 분위기다. 인천 육아 종합 지원센터 주최지만 장소가 연수구라서 접근성이 좋다. 우리 같은 소규모로 어린 영아가 많은 가정어린이집에서 참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여섯 가족이나 참여했다. 뿌듯하다. 한 문제 한 문제 끝날 때마다 아빠들이 우수수 떨어져 보드를 들고 멋쩍게 웃으며 나온다. 그럴 때마다 응원석에서는 떨어진 아쉬움의 탄식과 생존했다는 기쁨의 환호가 뒤섞인 함성이 울려 퍼진다. 숫자를 헤아릴 수 있는 인원만 남았을 때 우리 어린이집 두 분의 아빠도 여러 무리의 아빠들 틈에 섞여 보드를 들고 나온다. 아쉽게도 두 분이 입상 문턱에서 탈락했다. 떨어진 아빠에게 격려와 남은 네 분의 아빠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제 남은 인원은 여덟 명이다. 장려상 다섯 명, 우수상 두 명, 최우수상 한 명 남은 인원 모두 입상권이다. 멋지다. 여덟 분이 겨루는 문제 육아 상식으로 난도가 제법 높다. 어린이집 맞춤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보육 시간 이외 매월 15시간 추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란 문제다. 답은 바우처다. 여기서 우리 아빠 한 분만 남고 세분이 함께 아쉽게 떨어져 나온다. 준우승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영양에 관한 문제인 듯한데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한 분 남은 우리 어린이집 아빠가 답을 얼른 쓰지 못한다. 초조하다. 초읽기에 들어가 5초, 4초, 3초,… 자신 없는 표정으로 답을 쓴다. 정답을 발표하자 힘없이 일어나 보드를 들고 걸어 나온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마지막 한 아빠가 떨어지며 대망의 우승은 놓쳤지만, 준우승 한 분 장려상 세분 이란 쾌거를 올리며 아빠 골든벨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문제 풀이가 모두 끝나고 시상 시간이다. 사회자로부터 재롱이 어린이집이 여러 번 호명된다. 장려상 세분, 우수상 한 분에 어린이집으로는 최다 참석자 상을 원장인 내가 받았다. 온 가족과 어린이집이 한마음 한뜻으로 즐겁게 준비한 아빠 골든벨은 만족할 만한 결과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온 가족과 어린이집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응원하며 함께 치른 멋진 행사였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재롱이 어린이집의 자랑스러운 부모님들께 행사 전 내놓았던 공약인 점심을 대접했다. 부모님들은 감자탕을 아이들은 돈가스와 주먹밥을 시켰다. 처음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서로 격려와 정보의 공유로 행복하고 즐거웠던 과정을 거쳐 만족스러운 결과까지의 무용담과 아쉬운 에피소드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모두 함께여서 더 행복하고 뜻깊었음을 축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고 맛있게 식사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점심 대접을 잘했구나 싶은 마음으로 흐뭇했다.           

이전 07화 만남과 헤어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