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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Mar 14. 2024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미안해서 함께 운 날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 “원장 선생님! 원장 선생님!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0세 반 교실로 급히 달려갔다. 선생님은 우는 현주를 품에 안고 손에는 피 묻은 장난감 청진기를 들고 있다.      

생후 6개월쯤 간신히 앉을 수 있는 현주가 놀잇감을 입에 물고 앉아 놀고 있을 때 아장아장 걷던 진우가 현주의 등을 뒤에서 꾹~ 밀었다. 입에 물었던 놀잇감 청진기가 목 안으로 쿡 들어간 것이다. 현주는 놀라 울고 있고, 목은 보이지 않고, 피 묻은 놀잇감을 보자 무서웠다. 우리 현주가 잘 못 될까 봐 덜컥 겁이 난다. 우는 현주를 품에 안고 “미안해! 미안해! 선생님이 잘 못 봐줘서 정말 미안해”말하며 현주 부모님께 얼른 연락했다.

 

서둘러 달려온 현주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우는 현주를 품에 안고 같이 울었다. “원장 선생님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현주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목이 멘다. 이 어린아이를 이리 다치게 해 놓았는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다니. 그 침착함과 배려하는 마음에 존경스러움과 미안함과 고마움에 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병원에서 현주의 목을 본 의사 선생님 말씀이 상처는 있지만 그리 크지 않아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것 같단다. 입안이고 아이라서 회복 탄력성이 좋아 금방 좋아질 거란다. 휴~ 그나마 다행이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든 현주를 보며 가슴이 쓰리도록 아프도록 미안했다. “현주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선생님이 앞으로 더욱더 잘 볼 게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때 마침 현주는 감기까지 앓던 중이다. 직장 다니는 현주 어머니를 대신해서 현주 외할머니께서 현주 집에 오셔서 며칠간 가정 보육을 해주셨다. 할머니께서도 손주들 돌 보시며 무릎이 편치 않으셔서 수술하신 상태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틈틈이 현주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도와 현주랑 함께 놀아주고 간식도 챙겨 먹였다. 그래도 아기라서 인지 목의 상처는 쉽게 아물었고 감기도 좋아졌다. 언제 다쳤고 언제 아팠냐는 듯 방긋방긋 웃어주며 내 품에서 잘 먹고 잘 노는 현주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현주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사랑 속에 씩씩하고 밝게 자라 어느덧 1년이 지나고 만 1세가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현주 어머니께서는 잠도 덜 깬 현주를 옷도 입히지 못하고 포대기로 싸맨 채 등원한다. 그래도 금방 일어나 종알종알 웃으며 잘 따르는 귀여운 현주를 볼 때마다 행복했다. 낮잠 시간이 끝나 “그만 일어날까?” 하고 깨우면 “잉~~”하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침 일찍 등원하니 잠이 부족한 모양이다. 간식 먹자 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간식이 떡인데” 하고 말하면 “응”하고 벌떡 일어나는 떡보 현주로 귀엽고 해맑은 아가다. 그 무렵 육아 종합 지원센터에서는 특별행사로 ‘아동 권리 존중’이라는 6 행시를 모집했다. 나는 밝고 사랑스러운 현주를 생각하며 이런 6 행시를 썼다.      

 

 아 아침마다 졸리 운 눈 비비며 내 품에 안기는 아가야 

 동 동글동글 하얀 얼굴 귀여운 아가야  

 권 권태로움과 피곤함은 너를 품에 안는 순간 씻은 듯 사라지고 

 리 리본 끈으로 헝클어진 머리 곱게 빗어 묶어주며 

 존 존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를 대하며 

 중 중용 잃지 않는 선생님이 되도록 매일 아침 기도로 시작한단다 

    

여기에는 현주에 대한 나의 진실한 마음이 담겨서인지 장려상을 받았다. 


 졸업 후에도 현주와 어머니는 종종 어린이집에 놀러 온다. 가끔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 어린아이가 다쳤는데도 어떻게 그리 침착하게 나를 위로해 줄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해서 현주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다. 하시는 말씀이 친정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단다. “그릇을 깬 며느리가 더 겁이 나겠나. 혼내는 시어머니가 더 겁이 나겠나?” 현주의 외할머니께서 시집살이하셨던 당시에는 질그릇을 많이 쓰다 보니 그릇을 자주 깨셨던 모양이다. 잘하려고 한 일이 잘못되어서 꾸중을 들을 때는 너무 무섭고 속상하셨단다. 잘하려다 한 실수는 나무라면 안 된다고 들었단다. 현주가 다치고 원장님께서 미안해하실 때 아이 본 공은 사라지고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하실지 불현듯 친정어머니의 그 말씀이 떠올랐단다. 


   현주 어머니의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그 너그러운 마음은 현주 외할머니의 생활 속 가르침에서 몸에 밴 배려의 마음이구나 싶다. 현주 어머니의 침착함과 너그러운 마음은 지금도 잊지 않고 닮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멋진 부모님을 보며 자라는 우리 현주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밝고 귀엽게 잘 자라 씩씩하게 유치원을 거쳐 학교에 잘 다니는 현주를 볼 때마다 가슴 저리고 아프도록 미안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바로 회복되어 잘 자라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고 가끔 찾아와 주는 현주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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