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장 Mar 21. 2024

부모의 마음으로

한 마음 한 뜻으로 보육하기 

감은 눈을 배시시 뜨며 입술을 씰룩인다. 태어나 백일이 채 되지 않아 배냇짓이 귀여운 선호를 처음 만난 날의 모습이다. 부모님 두 분이 어린 선호를 안고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선호 부모님은 맞벌이다. 선호가 처음 어린이집에 올 때만 하더라도 육아 휴직제도가 보편화되기 전이다. 출산 휴가 3개월을 쓰고 곧바로 출근해야 한다. 어머니는 어린아이를 떼어놓기 마음이 아픈지 별말씀이 없으시다. 아버지가 등·하원 시간 간식과 식사 등 여러 가지 상담을 끝내고 선호는 바로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선호는 부모님 출근길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길에 데려간다. 시간 맞춰 잘 먹고, 잘 자고, 순둥순둥 잘 노는 순둥이로 잘 자란다. 선호가 돌이 될 무렵 동생이 생겼다. 둘째 태중에 어머니가 입덧이 심해 병원에 1주일 정도 입원하게 되었다. 저녁에는 아버지가 선호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잠을 자야 한단다. 선호의 친가와 외가는 모두 농촌이다. 한창 농사 철이라 조부모님들의 도움도 불가하다. 아직 어린 선호를 병원에서 재운다니 안쓰러운 마음이다. 어머니 입원하신 1주일간 선호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출, 퇴근했다. 그렇게 밤낮을 부모님과 떨어져 나와 함께 생활했다. 


일주일 후 선호 어머니가 퇴원했다. 선호를 데리고 선호 집으로 가 어머니에게 안겨주려 하니 고개를 돌려 내 품에 매달리며 얼굴을 묻고 운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선호를 억지로 떼어 어머니 품에 안겨주자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모습에 나도 울컥하며 가슴 한쪽이 저려온다. 엄마한테 보내는 것인데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매달려오는 선호를 억지로 떼어 보내려니 마음이 아프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가 어린이집 적응 중 안 가겠다 울며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 억지로 떼어 놓는 부모의 그 심정이 헤아려진다. 그 부모님의 마음은 지금 내 마음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아플 것이다.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우는 선호를 떼어 놓으며 어린이집 적응 프로그램이 꼭 필요함을 다시금 절감했다. 어린 영아들은 말로 “나 낯설어서 여기 싫어요.”라는 표현은 못 하지만 많이 힘들 것이다. 부모님 또한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짐작이 된다. 선호를 떼어놓은 아픈 경험을 한 후 신입 적응 프로그램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첫 일주일을 부모님과 함께 한두 시간 보낸다. 부모님도 어린이집을 더 알고 더 이해하며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님과 떨어지는 이주 째는 한 시간부터 아이들이 견딜 만큼의 시간으로 점차 늘려나간다. 


선호의 경우를 통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적응 기간을 부모님과 함께 잘 보내고 나면 아이도 부모도 가슴 저린 아픔을 덜 겪고 순조롭게 적응한다.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니 부모님 또한 어린이집을 더 신뢰하고 의지하며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긴다. 어린이집에 대한 이해로 협조 또한 더 잘 이루어진다. 늘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며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려 노력한다.           


이전 10화 천사들의 추억과 따뜻한 커피 한 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