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배울 것은 있다.
“안녕하십니까?”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웃으며 구십 도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인사를 받는 순간 기분이 참 좋아진다. 아침을 먹고 유치원 등원하는 아들아이 배웅을 나갔다가 아파트 현관 앞에서 10층에 사는 대학생 요한 학생과 만나 나눈 아침 인사다. 신선함과 활력이 느껴진다. 인사를 받아도 이렇게 기분 좋은 인사가 있구나! 순간 깨달았다. 상대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하는 인사! 그런 인사를 하자! 그때부터 젊은 요한 학생의 인사하는 모습을 정면 교사로 삼았다.
동네 어르신들께 간단한 묵례 정도로 하던 인사를 구십 도로 고개 숙여 밝은 목소리로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한 달이 좀 지났을 즈음이다. “아유 집이만 보면 나는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 어느 날 아파트 옆 라인의 한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다. 무슨 말씀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웃으며 바라보니 “ 집이는 언제나 인사도 씩씩하게 하고 걸음걸이도 씩씩해서 좋아 보는 나도 기운이 나”하고 말씀하신다. 옳구나! 내가 바랐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구나!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발걸음은 늘 빠르고, 씩씩했다. 인사도 씩씩하게 하다 보니 종종 “한결같이 씩씩해서 좋아요”이런 인사를 듣게 되었다. 요한 학생에게서 받았던 인사로 행복했던 기분을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내게는 반면교사로 삼는 스승도 있다. 어느 해 봄 운동 동호회 회원들과 야유회를 갔다. 두 분의 연장자가 있었다. 한 분은 솔선수범해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이다. 다른 한 분은 나무 그늘에 앉아 입으로 지시만 하며, 그 모습이 못마땅한 듯 “젊은 애들이 하게 그냥 두고 여기와 앉아서 쉬어”라고 하며 나이 많음을 내세운다. 더구나 일하는 것은 나이 많다 피하고 게임으로 상품 타는 일에는 의욕적으로 물욕을 보인다. 젊은 사람으로서 그 모습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저러지 말아야지 조금 더 움직인다고 수명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고 역으로 많이 움직이면 운동이 되어 더 건강해질 텐데 하는 생각이다. 진정한 나잇값이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닌 묵묵히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 뒤로는 어디를 가나 궂은일은 먼저 솔선수범하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가정어린이집 연합에서 “꿈 자람 축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한다. 다양한 체험 부스를 꾸며놓고 연수구 가정어린이집 연합의 영아들과 영아의 부모님들이 모두 하나 되어 체험하고 즐기는 행사다. 연합이 모두 함께하는 행사로 연중 큰 행사다.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각 어린이집에 역할을 분담한다. 역할을 분담하면서 나이가 조금 많은 원장님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관리가 쉬운 구급약품 관리를 분담해 준다. 나도 나이가 있는 편에 속했다. 그런데 역할 분담을 하고 나니 점심 식사 식당차 관리 역할이 부족하다. 식권도 나누어 주고 잔반 정리 정돈 안내도 해야 한다. 식당차는 행사장 뒤편에 보는 사람도 없고 잔반 정리까지의 역할로 좀은 꺼리는 역할이다. 내가 담당으로 배치된 구급약품 관리에는 나이 든 원장님들이 조금 여유 있게 배치되었다. 마음이 잘 맞는 원장님께 “우리 둘이 식당차 관리합시다” 제안했다. 둘이서 점심시간 식권 나누기와 잔반 정리 돕는 역할을 맡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궂은일을 먼저 솔선한 나잇값을 제대로 했구나 싶은 뿌듯한 하루였다.
위층의 젊은 학생에게 받았던 인상 깊었던 인사는 내 기억 속에 깊이 저장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행복을 나누니 칭찬도 종종 듣는다. 흐뭇하고 행복하다. 또한 나를 보며 나를 정면 교사로 삶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가끔은 요한 학생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 앞에서 하기도 한다. 또한 반면교사로 삼은 어르신을 보며, 나이 들어서 보이는 물욕은 보는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나로 인하여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 늘 겸손하고 너그러움으로 배려하며 살자,. 나잇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으로 나이 들려 노력한다. 궂은일을 먼저 하고 나서의 부듯함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잇값이다. 삼인행필유아사언(三人行必有俄師焉)이라 세 사람이 길을 갈 때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사람을 가려 그를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 자신 속의 그런 잘못을 고쳐야 한다.” 어디서나 배우는 자세로 정면 교사와 반면교사를 실천하며 사는 삶을 살고자 오늘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