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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열공 중

by gir

하루가 더 분주 해졌다. 홈스쿨링 1년이 되었다.

처음 생각처럼 외부 활동은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와 줬고 매일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학습목표를 세우니 아이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꿈을 생각하는 듯하다.


1년 즈음되니 아이들과 함께 하며 나도 무언가 계획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민 끝에 한국어 교원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오래전 외국에 살며 한국어 교원자격증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하루 종일 아이들 식사 준비를 하고 공부를 봐주며 공부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루가 어찌나 짧은지....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예민해졌나 보다.

" 엄마!!! 엄마가 공부하니까 예민해진 거 같아!!" 아들의 한마디가 괜히 미안해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학점이 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나의 기대와 다르게 욕심은 욕심일 뿐

갑자기 하는 공부도 어렵고 공부할만하면 아이들 배꼽시계는 정확하게 울리고 나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주여"


늦은 저녁 답답함에 청주에 있는 남편에게 갔다.

늘 나를 응원해 주는 남편.... 남편의 위로가 필요했다. 그리고 한국 와서 가장 내가 좋아하는 혼자 드라이브하기... 그게 나는 필요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고속도로 가끔 지나가는 트럭밖에 보이지 않는 길..... 고작 차 헤드라이트로 비추는 30m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 어둠을 뚫고 나는 2시간

정도를 달려갔다.


청주에 내려가 입이 나온 나를 보며 남편은 커피를 내려주었다.

"공부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사춘기가 왔는지 아들은 요즘 자꾸 청개구리가 되어가고..... 딸아이는 그런 청개구리 오빠를 따라 하고....ㅜㅜ여보....."

남편 앞에서 주절주절 나는 또 다른 어른아이가 되어 아빠에게 이르듯 투덜 대고 있었다.

남편과 시간도 잠시 30분 정도 지나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야 하니.... 잠자고 있을 아이들이 깨고 걱정하지 않게 나는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남편의 눈은 걱정 한가득이지만 애써 고집불통 아내를 잘 알아서일까 토닥여 준다.

그리곤 차에 물병이랑 운전할 때 내가 자주 먹는 누룽지 한 봉지를 조수석에 놓아준다.

"운전 조심하고.... 과속하지 말고....."


그렇게 남편을 뒤로하고 다시 고속도로를 탄다....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 괜히 화만 내고 있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잠을 청하고 일찍이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준비한다.

일찍이 일어나 딸아이가 내게 와서 안긴다.

" 엄마 오늘은 오빠랑 안 싸우고 공부도 열심히 할 거야...."

에고...

그렇게 나의 우리 집 하루는 엄마의 작은 일탈을 비밀로 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고마워 우리 딸~ 울 아들~"

그렇게 우리 집은 다시 열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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