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비가 내려 시원하기도 하고 풀내음 가득한 교회를 가니 예배도 드리기 전인데
나의 마음은 이미 천국이다.
그것도 잠시 예배당에 들어가 남편과 함께 앉아 설교 말씀을 듣는 시간.... 남편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허벅지를 툭 치거나 깨우려 했겠지만 며칠 전부터 난 남편의 모든 행동에 간섭이
하기 싫어졌다. 나의 에너지를 감정을 남편에게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예배 후 아들 녀석은 학생부 모임이 있다고 하고 딸아이는 교회 근처 친구 집에 가고 싶다고 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서로의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남편은 볼일이 있다고 외출을 했다. 덥고 습하고... 그런데 난 뜨거운 커피를 내려 마신다. 요즘 다시 기타를 켜고 싶은데.... 그 마음 대신 하여 연주음악을 듣고 있다.
휴~~ 우~~
멍하니 앉아 나는.... 생각 꼬리 물기를 한다.
나의 미련함을 생각하다. 늘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는가.... 결혼을 했으니 아내로 책임을 지고 아이를 낳았으니 어미로 책임을 지고 나의 모든 어리석은 행동에도 나는 책임을 지기 위해 산다.
이쯤 생각하면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무엇을 선택하고 하기에는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으니 자율신경계가 아니라면 숨도 자가 의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살아 숨 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넘어 절제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절제도 결국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닌가...? 음식을 절제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듯이 말이다.
결국 나의 선택과 행동 절제는 나의 삶의 우선순위와 나의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그것을 나는 지켜가야 하고 그렇게 나의 삶이 인생이 내가 살아내는 것이 되고 사람마다 다른 색의 삶을 가지게 되는 것이겠지...
외적인 것을 파란색이라고 하고.... 내적인 것을 보라색.... 사랑은 빨간색.... 그렇게 색을 만들어 사람마다 색을 드러내고 산다면... 나의 무슨 빛깔을 띄게 될까?? 아름다운 색이 될 수 있을까.... 뭐 또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 색은 무엇 이겠는가….. 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얼마 전 딸아이와 본 "인사이드 아웃" 영화가 떠올랐고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생각이 나서 한참을 웃는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색은 없어도 구분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 어느 아파트인지... 자가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배우자 직업이 무엇인지.... 그러다 자녀를 낳으면 자녀는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인물은 어떤지...
오늘 나는 나의 미련함을 생각하다. 책임을 생각하고 그러다 의무를 생각하고 결국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생각하다 결국은 절제를 생각하고 그 절제도 결국은 나는 하는 것이고 그러다 삶의 색을 생각하고.... 뭐 그렇게 멍하니 잡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픽업하고 집에 가는 길 가까운 거리를 빙빙 돌며 차 안에서 잠든 아이들을 보며 무지갯빛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