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인연 (人緣)
남진과 소정이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여느 연인들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둘은 데이트 비용을 아끼며 결혼 준비를 했다.
주말에는 등산을 자주 했고, 대부분의 데이트는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게 걷다 서점에 들어가 책을 보기도 하고 길거리 자판기커피를 마시며 둘은 행복했다.
"소정아... 참 좋다..." 남진은 자주 소정이를 보며 참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 오빠는 나한테 할 말이 참~좋다. 말 밖에 없어?" 말을 했지만 소정이는 남진의 그 말이 좋았다.
" 다음 주 우리 원에 갈 때 대청소 좀 하고 오자...." 소정이가 남진에게 말을 했다. 원장엄마도 이제 나이가 드셔서 세밀하게 원을 돌보지 못하셨다. "우리 오늘 퇴근하면서 천 원 상점 좀 사서 사치 좀 부려 볼까??" 소정이가
장난스럽게 남진에게 이야기를 하니 남진은 " 뭐든 골라 ~~ 오빠가 다 사줄게~~" 소정이 말을 받아 쳐준다.
사실 남진은 그런 소정이에게 늘 고마웠다.
주말 아침 일찍 소정이와 남진은 원으로 청소도구를 잔뜩 들고 나섰다. 남진이 일찍부터 서두른 이유는 전날 미리 원장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고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을 원 동생들 마음 알기 때문이다.
그런 남진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소정이 또한 함께 서둘러 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원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모두 창틀에 턱을 데고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원장 엄마와 인사를 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남진은 쓸고, 닦고, 빨래를 하는 조를 정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청소가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 " 엄마!!!! 엄마!!!! 진이 오빠....." 남진을 부르며 괴성을 지르기 질렀다. 원장엄마가 쓰러지셨다. 구급차를 부르고 소정이는 원생들과 원에 남아 있고 남진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위험한 고비는 넘기셨지만 아무래도 입원을 하셔서 경과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가 마치 원장 엄마를 아는 듯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남진도 알고 있는 듯했다.
의사는 오래전부터 고아원을 후원해 온 분이셨는데 원장엄마가 위암 말기에 수술을 거부하고 마약성 진통제로 버티고 계신다고 이야기하셨다.
원장엄마 아프실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도 해본일이 없다. 원장엄마가 깨어나신 듯하다.
"진아.... 많이 놀랐지...." 원장엄마의 말에 진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 울지 마라.... 진아..... 엄마는 괜찮아....." 진이는 당장 원에서 일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 엄마 제가 원에 가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번에는 반대하지 말아 주세요...." 원장 엄마는 말없이 진이 손을 잡으며 웃으신다.
"진아 우선 엄마는.... 내가 죽기 전에 너 결혼하는 걸 보고 싶다....."
남진은 원으로 돌아와 우선 큰아이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했다. 물론 소정이도 이 모든 상황 속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남진은 우선 지금 다니는 직장을 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진은 그동안 가슴에 품고 다니던 작은 반지를 꺼내 소정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소정아.... 미안해 조금 더 준비 되면 멋지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앞으로 남은 삶은 나와 함께 하지 않을래?" 남진에 말에 소정이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소정이가 남진을 안아주었다. "오빠 네게 이미 오빠가 최고야.... 그러니 내게는 지금의 프러포즈가 세상 어느 프러포즈보다 최고야.... 고마워...."
남진은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준비를 서둘러했다. 결혼식은 원에서 하기로 했다. 원장은 소정이가 입을 흰색 예쁜 원피스와 남진의 정장을 미리 준비하셨다. " 소정 씨 미안해요. 내 마음대로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꼭 입지 않아도 돼요...." 그러나 소정이는 이미 맘에 들어했다. " 엄.... 마.... 저도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예쁜 드레스는 아마 누구도 입어 보지 못할 거예요"
원장은 소정이를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제 소정이도 우리 가족이에요.
남진과 소정이는 결혼식은 마치 하늘에도 돕고 있는 듯 척척 준비되어지고 있었다.
복지센터장과 직원들이 돈을 모아 결혼식 뷔페를 준비해줬고. 그밖에 어설프지만 원생들이 풍선을 불고 고아원 운동장을 멋지게 꿈여 주었다.
신혼집은 고아원 별체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살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고원을 말없이 후원해 온 업체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다.
결혼식날.... 파란 하늘에 작은 조각구름..... 따스한 햇살..... 모든 것이 꿈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날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고아원 철제로 된 정문이 삐걱거리며 소리를 낸다. 머리가 허연 한 할머니가 들어온다....
소정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 노인은 이제 막 출소한 소정이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