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핏줄
핏줄이란..... 소정이에게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는 날 악몽 같던 지난날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소정이를
엄습하고 있었다.
소정이 엄마는 이제는 늙고 힘없어 보였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시퍼런 빛으로 살기가 돌고 있었다.
진이는 딱딱하게 얼어붙은 소정이를 우선 사무실로 가게겠다. 원에 똘똘하고 소정이와 진이를 잘 따르는
현정이란 여자아이가 소정이를 부축했다. 결혼식이 끝나갈 무렵이라 사람들은 분주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그녀와 진이 벤치에 앉았다. 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녀는 말이 없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소정이가 나왔다. 진이와 소정이는 손님들께 인사를 하고 원생들과 마무리 작업을 함께 했다.
" 일어나세요..." 소정이는 엄마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엄마는 소파에 앉아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소정이는 갈 곳이 없는 엄마를 돌려보낼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소정이와 그녀는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원에 가끔 봉사 단체가 올 때 사용하는 방을 소정이와 진이는 그녀의 방으로 만들어 주었다.
사실 원으로 갈 수 있도록 그녀를 도와준 사람은 원장 엄마였다.
소정이랑 남진이 결혼날을 잡고 원장엄마는 출소를 앞둔 그녀를 몇 차례 찾아갔었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어미로 소정이 옆에 있을 것을 설득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하나인 듯 둘이 되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 소정이 엄마는 고아원 청소나 식사를 돕고
대부분 시간을 작은 운동장 밴치에 앉아 일과를 보냈다. 소정이는 센터에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진이를 도와 원일을 도왔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은 그렇게 들판에 억세게 자란 풀처럼 때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유연하게 바람을 느끼며 서로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르고 주말에는 원장엄마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원 아이들과 함께 대청소를 하며 그들의 일상이 서로에게 적응이 될 무렵 소정이가 임신을 했다.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한 하루였다. 소정이의 배가 불러오면서 소정이 엄마는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소정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도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따뜻함을 느끼는 듯했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며 소정이는 출산 휴가로 원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전히 소정이 엄마인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가끔 시퍼런 눈동자를 반짝일 뿐이었다.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10월.... 소정이는 운동장에 낙엽을 쓸고 있었다. 아랫배가 딱딱하게 뭉치는 듯하더니
살살 아프기 시작한다. 소정이는 낙엽을 쓸다 말고 밴치에 앉으니 괜찮아 지지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진통이 시작된다. 아무래도 아이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듯했다. 소정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진이에게 전화를 한다.
" 오빠.... 나 지금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아....." 멀리서 소정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이미 가방을 챙겨 나온다. 셋은 함께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 진통은 점점 강해졌다.
병실로 입원한 소정이는 진이와 함께 진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소정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허리가 비틀어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소정이는 예쁜 딸아이를 낳았다. 세상이 꺼질 것 같은 고통 속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난 것을 보고 다로 원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커다란 솥에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소정이는 몸조리를 원에서 하기로 했다. 그녀는 그녀 나름 소정이 옆에서 어미노릇을 하고 있었다.
소정이도 아이도 건강하게 퇴원을 하고 원으로 돌아와 보니 소정이 집에는 여러 개의 꽃바구니가 배달되어 있었다. 원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예쁜 아이모자와 함께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환영하는 색상지로 만든 플래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소정이와 진이 삶에 찾아온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