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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Nov 12. 2024

지옥에서 태어난 아이

9. 운명은 변해도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쇼펜 하우어-

아이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아이가 숨 쉬는 게 이상하다. 의사와 간호사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선 신생아집중 치료실 아이를 산소모자를 씌우고 지켜보기로 했다.

의사 말로는 아이가 태어나 힘차게 울어야 하는데 울지 않아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소정이 아이는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일주일쯤 지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소정이는 우선 아이를 두고 혼자 퇴원을 해야 했다.

집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집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소정이 엄마는 산후조리를 돕는다는 이유로 소정이 집 별체로 들어와 있었다.

소정이 엄마는 매 끼니를 챙겨 주었다. 소정이가 집에 돌아온 뒤 일주일쯤 지나 아이도 퇴원을 하였다.

작은 눈코입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진이가 고아원 같은 원생 출신이고 결혼을 하고 따뜻한 가정을 꾸린 것은 모든 원생들에게 좋은 본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소정이의 시간은 말랑말랑 달짝지근하게 흐르고 있었다. 진이와 소정이는 아이이름은 원장 어머니에게 부탁을 드렸고 원장어머니는 유명한 작명소에서 진이 가정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주셨다. 남 민정…. 아이의 이름이다.



소정이 아이가 태어나고 몇 해가 지나도 별체 소정이 집에서 나가실 생각을 안 하시는 듯했다.


겨울이 시작이 된 듯하다. 거리마다 캐럴음악이 흘러나오고 원에도 아이들과 복지사 선생님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느라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은 진이와 소정이가 함께 하면서부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러 진이와 소정이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과한 행동을 하거나 문제 행동을 일부러 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늘 사랑이 고픈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받아 드렸다.  

민정이가 태어나고 2번째 맞는 겨울 원장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긴 겨울이 지니고 봄이 오는 듯하다. 5월이지만 아직은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씨였다.

원에 늘 관심을 받고 싶어 과하게 행동하는 미란이가 원으로 들어왔다. " 지금 빨리 별체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가 이상해요...." 진이는 미란이의 이야기를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때마침 딸아이가 보고 싶어 별체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아이가 목욕을 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라 목욕을 시키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아이를 씻긴 모양이었다. " 걱정하지 마 따듯한 물로 씻겨서 괜찮아...." 장모님의 말에 속은 상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돌 봐주 시 장모님께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란이 이는 계속해서 원장실을 찾았고 어느 날부터 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민정이 할머니께서 민정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었고 그 소문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소정이도 알게 되었다. 말이 없고 무뚝뚝하지만 아이를 학대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이에게 학대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어린 날 학대를 받고 자란 소정이는 더 이상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런 소문이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진이를 도와 원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소정이는 아이와 함께 했다.

원은 늘 바쁘게 돌아갔다. 매일 시간제로 오시는 복지사 선생님들 식당 봉사자들 체크 후원업체에 매달 보내는 보고서.... 매일 시끌벅적 싸우는 아이들....

소정이가 진이를 도와 원일을 하게 되면서 그녀도 별체에서 나와야 했다. 그렇게 민정이가 3살이 되었다.

그런데 3살이 된 민정이가 누가 불러도 처다도 보지 않고 조용했다. 하지만 매번 부를 때마다 쳐다보지 않는 것은 아니라서 좀 더 지켜보니로 했다.

예방접종을 하러 가는 날 모처럼 진이와 소정이가 함께 병원으로 나갔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쌀쌀하기도 했고 병원에 가는 김에 검사를 하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아무래도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청청벽력 같은 일이었다.  의사선생이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거 같지 않고 외부 자극을 크게 받은 거 같다고 하셨다. 조용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청력에 문제가 생길 만큼은 아닌데....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청력을 지키기 위에 그 작은 아이의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집에 돌아왔다.


그즈음부터 소정이에게 불안과 불신, 의심의 씨앗은 점점 소정이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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