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서로 다른 기억
조용하던 원은 소정이 가족이 함께 하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힘들어하는 건 소정이 한 사람이 아니었다.
창고 사고로 소정이 엄마는 사과 한마디 없는 딸이 더욱 괘씸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원에서는 김장을 준비했다. 자원봉사를 지원한 동내 아줌마 서너 분이 매년 도움을 주신다.
머리에 흰 거즈를 붙이고 있는 소정이 엄마를 보고 아줌마들이 한 마디씩 더 들었다.
" 아니 어쩌다 머리를 다쳤어요...?"
" 날도 추워지는데...."
평소 소정이 엄마는 말이 없고 조용한 할머니였지만 달랐다." 내가 딸년을 잘못 가르쳐 그렇지 뭐...."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주머니 소정이 엄마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야채를 다듬으며 모두가 소정이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듯 정적이 잠시 흘렀다. 그러자 소정이 엄마는 신세 한탄이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 결혼해서 남편은 결혼하는 날부터 바람을 피우더니 바람피운 여자가 떠나니 죽어 버렸어요. 난 딸년 하나 잘 키워 보려고 하루종일 먼지 구덩이에서 실밥 뜯고 바닥청소하고.... 고생고생 하는데... 저년 하나 바라보고 살았는데.... 저년은 어릴 적부터 이기적이라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청소 한번 설거지 한번 하는 일이 없었어요. 오로지 준비물 산다고 돈돈돈 거리다 안 주면 하루종일 동내 애들이 이 싸돌아 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오고..... 내가 너무너무 힘들어 몇 번을 저 년 죽이고 나도 죽이려고 했는지 몰라요...."
아주머니들과 복지사 선생님들은 야채를 다듬으며 소정이 엄마마 이야기에 혀를 차고 한숨을 쉬며 빠져 들고 있었다.
"그래도 지가 대학 간다고 일하며 학비 벌고 하니 기득 했지..... 그런데 대학 입학 앞두고 덜 턱 애를 가진 거야... 얼마나 하늘이 무너지는지 화가 나서 그러면 안 되지만 몇 대 때렸더니 경찰이 오고 나를 가목에 처넣었어요. 난 고생고생 하며 저년 하나 잘 키워 보겠다고 열심히 산거 밖에 없는데...."
한 아주머니가 입을 열어 말했다. " 나라면 딸년 죽이고 나도 죽었을 거야.....ㅉㅉㅉ"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거들었다. "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요.... 아니 민정이 엄마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참...."
어느덧 소정이 엄마의 이야기가 마무리가 될 무렵 야채 손질을 다 하고 배추 물기도 빠진 상황이... 양념을
휘휘 저어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정이는 보이지 않았다.
김장이 끝나고 주방을 정리하는데 소정이가 주방을 기웃기웃 거리며 들어온다.
" 수고하셨어요. 죄송해요 오늘까지 서류 정리할게 많아 함께 하지 못했어요. "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우유 한통을 꺼내 나갔다.
"아휴.... 저렇게 말라서 무슨 일을 도와.... 시집올 때였나 한번 김장할 때 와서는 병났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핑계가 좋네....." 한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소정이 엄마는 자신을 헐 대하고 무시하는.... 자신을 감옥에 가게 한 소정이를 원망하고 있었다.
원에 온 이후 늘 자신을 무시하는 듯 한 딸년이 괘씸하고 화가 났다.
서로 다른 기억과 상처는 서로에게 칼날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