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고
소정이가 원에 들어와 생활을 시작하며 원 분위기는 마치 폭군이 굴림하는 가정처럼 모두가 숨죽이며
눈치를 보았다.
소정이 폭군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소정이와 거리를 두었다. 물론 민정이 또한 언니 오빠들의 냉랭함에
혼란스러웠다. 미란이의 작은 입으로 나온 말은 점점 꼬리를 붙여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원을 휘감고 있었다.
"으앙~~~~ 으악~~~~ 앙~~~~~"
잘 울지 않은 민정이가 아침 일찍부터 요란하게 운다. 놀란 소정이와 진이가 울움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동생들이 귀엽다며 자주 사랑반에 가는데 사랑반에서 우는 소리였다.
아기한테 우유를 준다며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은 분유통을 꺼내려다 분유통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모양이었다. 그런 데다가 분유가 떨어지면서 쏟아지니 민정이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민정이가 우는 소리에 사랑반 아이들이 함께 울기 시작했다.
원에 있는 복지사 선생님들이 모두 사랑방으로 갔다. 아침을 준비할 때 보통은 소정이 엄마가 사랑방에 계시는데 잠깐 한눈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소정이 엄마도 놀라 우선 머리를 부딪친 민정이를 안고 달랬다. 원생들은 식당에서 대충 밥이나 우유를 마시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아침은 늘 분주하다.
사랑방에 들어온 소정이가 엄마를 밀치고 민정이를 안고는 원장실로 가버렸다.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고였다.
" 아침에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사랑반에 민정이가 들어가 우유를 먹이겠다고 분유를 꺼내다 다쳤는데....
소정선생님이 민정이 할머니를 밀치고 화를 냈데..."
"그뿐이야 민정이 할머니한테 왜 원에서 놀게 하냐고 막 화를 냈데...."
"웅성 웅성"
아이들의 말은 말하는 입을 통해 점점 사실과 다르게 커져만 갔다. 어떤 일에도 말이 없고 조용한
퇴소를 앞둔 큰아이들 까지 화가나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진이는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등교를 한 사이 소장이를 창고로 불렀다.
"당신 정말 왜 그래... 정말 계속 이렇게 행동할 거야?"
진이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소정이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난 당신하고 결혼했어 원일은 내가 돕겠다고 했지만 가정과 일이 분리가
되지 않아 나도 힘들다고!!! 그래서 당신한테 이사를 가자고 했지만 당신은 공사를 진행했어...."
소정이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진이 말을 받아쳤다.
"소정아!! 가정과 원이 분리가 안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정이가 태어나고
원생 아이들과 하던 상담도 하지 않고 있고 멋대로 행동하는 건 당신이라고!!! "
진이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소정이는 서러움이 복받치는지 울기 시작했다.
진이는 그런 소정이를 모른 척하고 창고를 빠져나와 원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정이 엄마는 창고로 들어와 그동안 말을 쌓아 두기라도 했는지 소정에게 욕설을 퍼 붓기 시작 했다.
어릴 적 알아들을 수 없던 욕은 어른이 되어 들으니 더 가슴에 파고들었다.
소정이는 그런 엄마를 노려 보며 창고 안으로 밀치고 창고를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돌아오는 시간 창고에서 나오는 소정이를 보고 미란이가 창고고 향했다.
창고문을 열어 두리번 살피니 소정이 엄마가 쓰러져 계셨다. 미란이가 소리를 지르니 원생들이 창고로 몰려들었다. 할머니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친 모양이었다.
진이와 복지사 선생님 한분이 병원으로 모시고가 4 바늘 정도 꿰매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모두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소정이 엄마도 식당으로 들어섰다.
복지사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소정이 엄마에게 몰려들었다.
"괜찮으세요? 어쩌다 그러셨어요...? 왜 창고에 들어가셨어요....?"
소정이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창고에서 큰소리가 나서 나는 무슨 일이 인가 갔다가 소정이가 울고 있길래 갔다가.... 흑흑흑...."
"다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워 그렇죠.... 먹고살기 힘들어 내가 자식을 잘 키우지 못했어요...."
소정이 엄마의 말은 모두가 소정이를 미워할 이유로 충분했다. 진이 또한 이번일로 소정이에게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고 화가 나는 건 소정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만 없었더라면.... 이 모든 시작은 엄마를 향한 소정이의 불신이었고 이 작은 사고는 소정이와 엄마의
앞으로의 시작될 불화의 불을 피우기 충분한 불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