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 할 순수함과 책임은 무엇인가?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도둑질을 하지 말아라, 알았쟈."
작품의 주인공 수남의 아버지가 한 이 말은 『자전거 도둑』의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은 한 소년이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경험하는 부조리와 내적 갈등을 통해 도덕성과 책임감, 그리고 인간의 순수함이란 무엇인지 깊은 질문을 던진다.
수남은 고향을 떠나 청계천 세운 상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주인영감 밑에서 세 사람 몫의 일을 하면서도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주인영감은 남들 앞에서 수남을 "앞으로 잘될 놈"이라며 칭찬하고 다독인다. 이런 모습은 어른들이 겉으로는 아이를 격려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그들의 순수함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수남은 이런 상황에서도 불평보다는 희망과 감사함을 느끼며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한다. 그러나 이는 수남의 성실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어른들의 기대와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태도인지 의문을 남긴다.
간판이 바람에 날려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은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다친 아가씨보다는 손해를 본 간판 주인을 더 안타까워하며, 돈과 이익을 중시하는 어른들의 속물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같은 바람은 수남에게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는 신호로 다가온다. 서울 사람들이 재앙으로 여기는 바람이 수남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의 부조리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신사와의 자전거 사건은 수남의 내적 갈등을 극대화한다. 신사는 자동차의 흠집을 수리할 돈을 내기 전까지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수남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자전거를 들고 도망친다. 그는 아버지의 "도둑질은 안 된다"는 가르침을 떠올리지만,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 장면은 수남이 어른들과 같은 부도덕성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자, 그 부도덕성을 거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수남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자전거는 책임감, 자유, 그리고 도덕성을 동시에 상징한다. 수남은 자전거를 끝까지 지키며 자신의 순수함과 자존심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른들이 수남에게서 순수함과 정당한 몫을 빼앗았다면, 수남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고자 노력한 것이다.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은 단순히 도둑질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청계천 세운 상가에서 수남이 겪는 현실은 당시 노동환경의 어려움을 반영하며, 그의 순수함과 어른들의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대조된다. 작품은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수남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독자는 "행위만 하지 않으면 도둑이 아닌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독자는 자문하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훔쳤는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순수함과 책임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