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스타벅스가 배달되나요? 6화

by 김맑음


나만의 햇살도우미


정신병동에는 창문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햇볕을 쐬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그마한 틈 사이로 막 시작하는 여름의 햇살이 내리쬐는데 그 틈 사이에 나를 욱여넣고

정신건강을 챙긴다는 이유로 햇볕을 쐬고 있었다.


분주한 성격의 나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특히 못했는데,

그때 나를 도와줬던 게 햇살도우미 박경제 씨이다.


박경제 씨는 햇살이 내리쬐는 병동의 구석, 피아노 의자 앞. 그 자리에 늘 앉아있었다.


자그마한 노트에 자신의 증상과 나아진 횟수를 기록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옆에 자리 잡고 햇볕을 쐬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고, 그는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해 주었다.


첫 번째 대화 주제는 행복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신병동에 틀어박혀서야 행복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말이다.

나는 행복이란 열심히 한다고 찾아오는 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마 어느 책에서 읽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행복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고, 불행과 한 선에 놓여있지도 않다.

추는 기울지 않고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내 정답은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이 곳곳에, 세상 틈에 숨어있는데

그걸 먼저 발견하고 느끼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거라고.


나는 행복하기가 제일 쉬운 일 같다고 말했다. 왜냐면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행했지만 동시에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 말에 박경제 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기도 동의한다고. 그리고 일상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조금은 뜨겁던 여름햇살 사이에서 나는 박경제 씨를 기억한다.

그는 일상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잃어봐야 알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두 번째 대화 주제는 당연하게도 일상이 되었다.

나는 일상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잃어봤기에 남들보다 소중한 것을 알게 될 거라고.

평범한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군가에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박경제 씨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고 했다.

그 정신병동의 구석, 자극 없고 따분하고 감시받는 그 회색병동의 구석에서

노란 햇살과 푸른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시간들이 조금은 그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강박장애로 걸음 하나 마음 편히 걷지 못하는 박경제 씨와 망상장애로 생각하나 마음 편히 하지 못하던 나.


그래도 햇볕을 쐬며 대화를 나누던 시간만큼은 나에게도 분명한 힐링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박경제 씨에도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재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무리하게 연재하기보다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만큼만 쓰기 위해서

시작했던 글이니만큼 너그럽게 보아주세요.


정신병동에 입원한 지도 2달이 지나갑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때의 감동도 벅참도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힘든 순간, 내가 삶의 희망을 느꼈던 순간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그런 게 기록의 힘이 아닐까요.


오늘도 찾아주신 구독자분들 감사합니다.

맑음은 여전히 맑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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