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오는 건지 비가 나는 건지
여긴 누구? 나는 어디?
바이크 키를 꼬옥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엔진에 시동을 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는 상상에 어깨가 들썩인다. 하지만 곧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쏟아지는 햇볕에 헬멧 안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머플러의 열기가 더해지며 마치 바이크가 아닌 찜통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앗, 비가 오나?"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아스팔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미끄러운 도로가 된다. 급하게 길가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꿈에 그리던 투어링은 온데간데없고, 비를 피해 급하게 피신한 작은 가게에서 망연자실하게 빗줄기를 바라본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흘리고, 예상치 못한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여정은 마치 인생과도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다음번에는 꼭!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오키나와를 종횡무진 누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