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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Aug 03. 2024

국제적으로 '통'하는 회사 생존하는 5가지 방법

뉴욕 회사의 5년 차 PM 개인 경험기

안녕하세요, PM 이은빈입니다. 전공과 전혀 무관한 국내 스타트업의 IT 업계 보조원으로 시작하여, PM으로 승진한 후 5년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여러 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주셔서 크고 작은 강연을 병행하며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의 장점은 IT 업계의 국제적인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국내와 해외 간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PM의 역할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일하는 산업군이 블록체인인 만큼 IT 최전선에서 쓰이는 기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일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제 모습이 좋고, 더 깊게 파고들수록 세계가 이렇게 넓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놀라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분들과 교류하며 배운 것들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일반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멘토를 찾고자 도움이 필요한 취업 준비생, 대학생, 예비 PM 및 IT 업계인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그래서 존댓말로 글을 쓰겠습니다). 미국과 한국, 유럽 기업을 오고 가며 일하며 생존과 커리어를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는데, 이제 5년 차로 접어들며 어떤 방법들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효과적인지 이제야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PM 강연을 나갈 때마다 "커리어를 '잘'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다양하게 받아요. 그때마다 몇 시간을 잡고 설명하고 싶은 충동이 컸는데, 따로 이메일로 질문 주는 친구들을 위해 아예 글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공감하신다면 가볍게 '좋아요' 눌러주세요 :) 




처음에는 '회사'가 정해주는 PM의 역할에 몰두하세요.


내가 원하는 직무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아닌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제가 일했던 회사마다 저에게 원하는 업무가 전부 달랐어요. PM의 업무와 역량 범위에 한동안 충격을 먹고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PM의 역할은 '광범위'합니다. 그 역할은 회사가 에이전시인지, 스타트업인지. 소규모인지, 대기업인지. 개발팀이 다수인지, 디자인 팀이 더 많은지. 매니징 플랫폼은 뭘 쓰는지 등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극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실제로 제가 겪었던 것은, 제가 들어간 대부분의 회사는 제게 '기획'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따로 열심히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회사에서는 내부 프로덕트 외에는 전혀 기획을 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회사를 고른 기준은 1) 산업군의 재정이 풍부하고 발 빠르며 2) 100% 원격으로 근무하고 싶은 내 라이프스타일을 지켜줄 수 있는지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역할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커리어를 보았고, 그렇게 회사가 정해주는 역할에 몰두하다 보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제 강점을 찾고 강화시킬 수 있었어요.


반면 PM의 역량 중 한 가지 (기획, 데이터 분석 등)를 뽑아 역할 중심으로 커리어를 진화시킬 계획인 분들이 있으실 거예요. 너무 대단합니다. 하지만 주니어라면 처음부터 그 역할 중심의 프로젝트만을 회사에서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필요한 영역이 원하는 역량 부분이 아니라면 동기가 덜 부여될 수도 있어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그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면서 PM으로서 부수적인 스킬을 쌓는 동시에, 사수에게 내가 이미 갖고 있게 더 쓸모 있을 부분이 바로 그 역량이 포함된 역할이라는 걸 어필하는 겁니다.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그 역할이 포함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노리고 일단 열심히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보세요.


만약 회사가 전적으로 지원해주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언젠가 이직을 해야겠지만 (스타트업에서의 이직은 디폴트입니다. 아주 정상이에요) 그 프로젝트에서 배운 부수적인 스킬들은 언젠가 분명 쓰입니다. 그러니, 회사가 정해주는 PM의 역할에 몰두하세요.



둘째, 같이 일하는 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세요.


PM으로서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이 직업은 좋은데 자신감이 몇 년을 해도 없다는 분들, 걱정 마세요. 원래 그게 정상이에요. 모든 직업이 그럴 수도 있어요.


저의 경우는 내가 그 많고 많은 역량 중 뭘 잘하는지 4년째가 마무리되던 시점에 깨달았어요. 그만큼 주니어 PM라면 더욱 내가 잘하는 게 없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죠.


근데 이 고민은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여도 계속될 거라는 걸 아셔야 해요. 시니어의 차이는 이 지속되는 고민을 잊기로 선택하고 묵묵히 일할 줄 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같이 일하는 팀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팀의 리드는 발표를 잘하고 산업군 시장을 잘 읽어낼 줄 알아요. 그럼 고객과 대면하여 설득하는 부분을 맡으면 되겠죠.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있군요! 그럼 디자인도 해결되었네요. 그럼 리드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소통해 주고, 디자이너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를 찾아주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해줄 수 있죠. 디자이너와 리드의 반응을 보고 내가 어떤 도움을 주었을 때 더 기뻐하는지 반응을 확인해도 괜찮고요.


일을 완성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일을 완성하도록 기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게 정해진 업무를 해내는 것보다, 팀에게 없는 게 뭔지 깨닫는 통찰력과 적극적으로 그 자리를 메꾸는 추진력이 더 중요한 거죠. 그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서는 내 위치가 없어서는 안 될 포지션이 됩니다. 동시에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도 있고요. 그때부터 안전하게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고르고 원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러 돌아다니면 됩니다.



나는 목소리에 힘이 없으니까, 내 리드가 나를 보호하도록 하기


사수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정치적으로 이게 불가능한 회사도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의 모든 책임은 사수 혹은 프로젝트 리드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즉, 나를 지켜줄 보호막이 하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마음껏 실수할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해요. 


주니어라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회사의 정책을 개선할 방법이 생각난다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해요. 그 자리가 사수나 리드와의 대화가 되겠습니다.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시도해 볼 허락을 받는 도전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리드의 보호 아래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게 도전하고 배울 수 있는 때에요.


설득할 때, 회사 사람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툴을 사용해서 시선을 끌어보세요


우리 대부분은 슬랙을 통해 소통할 거예요. 가끔 답변이 느려서 힘든 때가 있었겠죠?


가장 빠르게 상대방이 답변하게 하는 방법은, 시선을 끄는 시각화(Visualization)입니다. "이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 알겠는데, 그래도 한 번 봐보세요" 하고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플로우차트를 그려서 스크린숏을 찍어 보내는 거죠. 또 글로 설명하기보다 짧은 목소리를 입힌 영상 (Loom 활용)을 찍어 1분 이내로 만들고 설명과 질문을 동시에 해보는 겁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습니다. 답변을 준 후 "어떤 툴 쓰신 거예요?" "다이어그램 잘 그리셨네요" 반응까지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1) 상대로부터 답변을 쉽게 끌어오고 2) 상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부트캠프에서 배운 것을 잊으세요


이슈 정리를 위해 굳이 툴을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스티커 메모 근처 편의점에서 사서 칠판에 칸반 보드 그리고 업무를 적은 뒤 팀원과 옮겨 붙이는 수동적인 행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일이 되게 하는 것과, 팀이 함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어? 내가 부트캠프에서 배운 건 이게 아닌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돌아가서, 유치원생처럼 간단하게 생각한다 생각하고 팀에게 맞는 방법을 골라야 합니다.


기획도 노션을 써도 되고, 구글독을 써도 된다만, 포맷팅에 목숨 걸지 마세요. 소규모의 팀일수록 기획 문서화는 시간 낭비입니다. 뭘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타임라인과 업무 범위만 명확하게 정해주고, 경력자 개발자들에게 알아서 개발하도록 자유를 허락한다면 이슈 티켓팅과 문서화도 사실 필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팀마다, 회사 문화마다 '다릅니다.'. 부트캠프에서 배운 모든 지식은 언젠가 쓰이겠지만 일단 지금은 잊읍시다.



틈만 날 때마다 공부하세요, 자격증이라도, 여러 지식을 쌓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책과 지식, 강의를 섭렵하시면 좋겠어요. 인프런, 유튜브, 구글 Coursera, 하버드 무료 강의 등 세상에는 정말 뛰어난 IT 관련 업계 지식이 즐비합니다. 아침마다 '서핏'이나 '일일일' 혹은 Medium 등 테크 뉴스를 훑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구글에서 '쿠키리스 정책'을 전면 중단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웹플로우라는 툴로 개발 중인 아주 복잡한 웹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기사를 읽고 웹사이트에 접근할 유럽 출신 구독자들을 위해 타 쿠키 플랫폼 설치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업무 노트에 적어 놓았습니다.



세계는 넓습니다. 여러분이 계속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커리어의 길은 길고도 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40년간 계속 PM을 하진 못할 것이지만, 여기서 배운 업무와 스킬이 제 인생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해가려고 노력하고 그게 제 동력이 됩니다.


PM은 IT 업계 직군 중 새로운 틈새를 가장 빨리 주목하고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보석 같은 직무입니다. 팀에게 필요한 모든 것, 방패가 되어 섬길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저에게는 커다란 가치입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시고 계속 시도하시면 좋겠습니다. 해고될까 봐, 프로젝트 실패할까 봐, 하는 모든 두려움이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오늘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하루하루 살아낸다면 언젠가 정상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산을 올라가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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