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빈 Jun 08. 2024

PM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제6법칙

어떻게 협상하는가

고객과 대면해서 프로젝트를 이끌다 보니 협상해야 하는 순간이 잦다. 

따라서 다양한 부분을 고민하게 된다


결정 못 내리는 고객 대신 결정해 주기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돌려 말하기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걸 돌려 말하기

디자인 작업을 축소하는 전략 짜기

1개월 더 멤버십을 연장하도록 설득하기


.. 등등 한국 회사에서 일했을 때 PM으로서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을 직접 하게 되며, 미국에서의 PM 역할은 참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상사로부터 참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그중 가장 심각했던 피드백이 기억난다. 항상 영어로 대화하다 보니 외국어로 피드백을 받았으니 망정이지 한국어로 대화했다면 감정적인 타격이 컸을 거다. 


크고 작은 조언을 많이 받으며 지금까지 지내온 PM 경력이 4~5년 차에 접어드는데, 한국 직장에서 미국 직장으로 옮겨온 이후 내 업무의 영역이 달라지며 아직 배워야 할 스킬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최근 고려대에서 PM 강의를 세 시간 진행했는데, 기존에 쓰던 강의 자료를 발표하며 감회가 새로웠던 부분이 한국과 미국 시장을 비교하는 거였다.


미국 시장은 산업군의 역사가 긴 만큼, PM의 역사와 역할도 넓고 세분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에이전시 비즈니스 모델이 강하지 않은 만큼, PM의 역할도 인하우스 포커싱 되어있다.

우리나라 PM의 역할도 진화되고 있지만 역할이 한정되어 있고 부트캠프의 커리큘럼에 따라 규정되기도.


그래서 우리나라 PM들이 따로 배우지 않는 부분이 외부 투자자/고객 간 커뮤니케이션과 협상일 거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동안 피드백들과 셀프학습을 위해 적어놓은 것들을 아래 정리해 본다.





1. 하고 있는 프로젝트 관련하여 각 기능과 관련된 디자인 / 개발 용어를 준비해라


UX 기능과 관련된 용어는 참 많다. 모달, 토스트, 배너 등 각 회사에서 쓰이는 용어는 비슷하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무료 전자책을 찾아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프로덕트를 보고 비교해 보자. 익힐 필요도 없고 클라이언트와의 콜을 준비할 때 직접 사용하기 위해 정리해 보는 거다.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2. 프로덕트의 개발 플랫폼의 용도를 알아라


고객의 프로덕트 랜딩 페이지나 프로덕트는 무슨 플랫폼으로 이뤄져 있는지,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썼는지, 에러 로그를 기록하는 서버 플랫폼은 뭘 쓰고 있는지 미리 살펴보는 거다.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뤄졌는지 아는 방법은 시중에 나온 무료 플러그인이 이미 아주 많다. 개발 용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대략 리스트로만 만들어보는 거다. 상대 고객 팀의 개발팀에게 디자인을 보여주며 생각을 물을 때 "__ 플랫폼으로 개발하실 때 어떤 기능적인 제한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볼 수도 있다. 포인트는 내가 상대의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려주는 거지, 질문이 바보 같아 보이는 게 아니다.


3. 외국어로 발표할 때, 단어를 잘 사용하자.


예시 1.


This is final(이게 최종 작업입니다) -> 고객에게 통보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바꾸자.


This is the last revision based on the last set of comments. We'd like to finalize this as soon as possible, but I'd love to get your feedback before we go into that, or if you need time before finalizing, that's fine (우리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답변을 위주 만든 마지막 수정본입니다. 빠르게 최종화하고 싶은데, 그래도 피드백을 받고 싶습니다. 우리가 최종화 하기 전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괜찮고요)


예시 2.


We have used this graphic, does this look okay to you? -> 이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렇게 바꾸자.


We've implemented the graphics from brand guidelines, but we think it could be improved. If you're willing to improve it, we're more than happy to adapt it rather than coming off in this uneasy state where you're just saying this, you know, we're not super happy about this. But this is what we have right now and what we've implemented. (우리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따라 그래픽을 구현했지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개선할 수 있다면, 저희는 기꺼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현재 상태는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지만, 지금 이게 저희가 가지고 있고 구현한 것입니다.)


고객이 이미 전달해준 말을 반복할 때 -> We've seen those references and we want to implement them. We completely understand what you mean. (이미 그 부분은 살펴보고 통합하려 노력했어요. 이해합니다)


4. 상대방을 위해 지식을 사용해서 지성으로 바꾸기

내가 어떤 지식이 있는지 설명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거다. 즉 우리가 준비한 디자인과 개발을 보여주는 것보다 상대가 가장 궁금해할 포인트들을 어젠다로 차례로 정해서 하나씩 짚어주는 거다.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을 신뢰한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일 텐데, 진심으로 고객의 프로덕트에 관심이 있다면, 고객이 의견을 물어볼 때 저절로 옳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될 거다. 레퍼런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더 제품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기에 효율적인 대화가 오고 갈 거다.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이걸 잘 해내면 지식을 지성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몸에 잘 익힌 거다. 최종 목표는 상대방의 기대에 맞춰서 내 이야기가 제대로 잘 전달되는 것이다. 


5. 조언 대신 교통정리를 하라. 


우리가 디자인 전문가인데 비전문가적인 의견을 내가며 더 많은 디자인 작업을 하게 하는 고객이 있다. 이럴 때는 고객에게 도리어 피드백을 주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의 경우 그대로 '당신의 생각은 실현되기 힘들다'는 이유를 정리해서 주었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그전에 상대방의 '목표'를 확인하고, 생각하는 바를 답답함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들어주는 연습을 해야 했다는 거다. 이후 이야기를 정리해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필요했다. 꼭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이나 조언을 제시할 필요는 없었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고객을 대신해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도 타이밍에 맞게 필요하긴 하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다른 결정에 대해 확고한 고객이라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원인을 파고드는 게 중요하다.


교통정리를 하는 방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한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본다.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하고, 주제를 나누어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지금까지 한 일도 상세히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디어: 다이어그램 싹으로 나누는 것은 어떨까)


일 잘하는 사람은 '이해'에 시간을 투자한다. 이해가 되면 저절로 정리가 된다. 상대를 이해하면 저절로 결론, 즉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부터 말하게 된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며 말하게 된다. 상대방의 입장의 가설을 세운 후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설을 잘 세우는 것도 기술이다. 



6.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기억한다. 


사회적 지성: 숫자나 테스트로 측정 가능

학습적 지성: 숫자나 테스트로 측정 불가하고, 타인의 생각을 읽고 신뢰를 얻어 타인을 움직이는 능력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교수님에게 칭찬받는 것은 학습적 지성이 높은 것이나 정작 사회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의 학습적 지성은 떨어져도 더 인정받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지성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성을 사용한다는 건 상대방을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더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나에게 불편하고 내 의견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하여 여러 가설을 생각한다. 100만 명 유튜버가 이야기했을지라도 나는 그 정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또한 내 의견이 있다면 거기에 반대되는 의견도 찾아보고, 통계 자료도 찾아본다. 편향을 의식하고 구분할 줄 알며,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과 통계 자료를 접함으로써 사고에 깊이를 더하는 거다. 


... 전반적으로 일 잘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리 노트가 되어버렸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