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영어 클래스 1기를 운영하며 느낀 것
내 미국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만은 우리 고객과 파트너사는 미국뿐만 아닌 유럽, 호주, 중국, 베트남, 이스라엘 등 글로벌하게 지구상에 배포되어 있다. 블록체인 업계 특성상 국제적이지만 서로 아는 인맥들이 좁고, 그만큼 영어보다는 영어 이면의 실력 (사업 개발이든, 매니징이든, 개발이나 디자인이든)과 업계에 통달한 지식이 중요하다.
업계 용어(Terminology)를 공부하며 소통이 되니 회사에서의 매니징 실력도 저절로 늘고 있는데,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회화'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닌 내 분야의 단어들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해외 업계에 진출하는 가장 발 빠른 길이라는 걸 절실히 느낀다.
예를 들어 회사와 함께 일하는 베트남 디자이너가 있다. 이 디자이너는 영어를 잘하지 않지만 디자인을 기갈나게 잘한다. 디자인을 잘하니 회사가 포기할 수가 없다. PM인 나는 그냥 정확한 피드백과 기획 문서를 영어로 만들어 전달해 주면 거기에 맞게 디자인해 주고, 언제나 훌륭하다. 이 베트남 디자이너는 자신의 분야인 '디자인과 관련된 영어 용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다. 그래서 일상 회화는 못해도 디자인 관련된 소통은 가능하고, 리딩도 가능해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일상 회화 능력은 다르다.
문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업계와 분야의 단어를 정확히 알고 그 단어를 문맥에 적용함으로써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즉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회화 스킬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한국인들은 비즈니스 영어책 한 권 무조건 사서 '회화 스킬' 위주로 공부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디자이너라면 일단 직장에서의 내 현재 포지션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나는 어떤 디자인을 도맡아 하고 있는가? 브랜드와 프로덕트 중 브랜드 디자이너라고 치자. 그렇다면 나는 무드보드와 로고, 폰트 지정을 담당하는가? 아니면 트위터 배너 같은 그래픽만을 담당하는가? 아니면 웹 디자인으로 넘어가기 전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는 역할에 좀 더 가까운가? 그럼 아래 용어들을 공부해야 할 거다
Graphic, banner, guidelines, moodboard, font map, vibe, keywords..
내가 개발자라고 프런트엔드 쪽을 담당한다 치자. 내가 잘하고 회사에서 담당하는 정확한 분야는 어디인가? 내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바 스크립트와 Three.js까지인데 디자이너와의 소통을 위해 피그마를 해석하는 일도 한다. 디자이너에게 개발 한계점을 가끔 슬랙으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럼 아래 단어들 위주로 공부해야 할 거다.
Handoff, details, units, Developer mode, design interpretation, plugins..
이번에 스타트업 클래스 무료 세션에 70명 가까이 신청하며 8명의 수강생과 열심히 달렸다. 30~40개의 영상과 개인 과제, 멘토 커넥팅까지 직장 생활 병행하며 정말 힘들었다만 나도 많이 배웠고, 생각보다 다양한 니즈에 놀랐다
2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더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진출하기로 바라는 개인적인 욕심은 계속 이어지 거 같다. 비즈니스 영어를 무조건 공부하는 것이 아닌 1) 내 업계를 알고 2) 내 직업을 정의하고 3) 회사에서 쓰일 필요한 것들만 뽑아 공부하는 전략을 여러분도 실행해 보면 좋겠다는 바람에 글을 적어본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업계인들, IT 직장인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