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커리어와 가정'을 읽으며 - 나는 어떻게 생존해야 하나
20대 중반의 나이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딱 중간 나이다.
3.1절을 핑계로 고향에 내려와 대관령에 있는 카페까지 가서 밀리의 서재를 켜고 읽은 오늘의 책은
여성과 남성의 소득 차이를 더 이상 1차적으로 논할 수 없다. 그동안 투쟁해 온 결과 이미 각종 산업군에 여성의 포지션이 확대되어 있고, 졸업 후 여성과 남성의 임금은 놀라울 만큼 동등해진 것도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왜 소득 격차는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가.
다만 미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다음의 대표적인 이유가 있단다.
1. 여성이 아이를 위해 커리어를 떠난다. 남성이 가족 부양을 위해 더 일을 하게 된다.
2.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직종은 고객에게 '시간'을 더 투자해야 임금이 보장된다.
3. 여성은 아이에게 쏟는 시간을 분배해야 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저자의 의견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1. 여성이 결국 아이를 키우는데 시간을 더 할애하기로 '선택'했다.
2. '시간'을 더 투자해야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직종과 시스템 자체에 원인이 있다.
3. 그 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고칠 수는 없으니 여성은 시간을 쉽게 조율할 수 있는 고소득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좋다 (의사라면 고객과의 면담이 별로 없는 마취과, 혹은 아직 기업화가 덜 된 수의사가 그 예다).
4. 여성이 이런 커리어와 가정 둘 다 지킬 수 있도록 남성도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5. 그런데 이런 성공적인 케이스를 보여주는 여성이 사회에 많이 없다.
미국 사회를 한국 사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당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
한국은 여성이 교육을 받는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고 이에 결혼을 늦추는 현상, 심지어 커리어와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부부가 낳지 않는 수준이 최상에 달했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분석할 때도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현상이 잦은데, 이건 아프리카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현상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참 되었다.
난 아이를 낳고 싶다.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래서 수익은 높지만 자유롭게 어디서나 리모트로 근무할 수 있는 사회에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미국 회사에 소속되었지만 한국에 사는 한국인 직장인이 된 이유도 이것이었다.
사회의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바쁘다. 그래서 바꿀 수 없다면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저자의 3번 포인트에 공감한다. 생각보다 사회에는 '다양한 사회'가 있고 사회적 사다리(Social ladder)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또한 있다. 접근이 쉬운데 수익은 높은 커리어 루트도 존재한다.
서울의 대학교를 가기 전까지 검정고시 출신이었던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한 가지는, 한국 사회는 생각의 폭이 좁다. 수많은 직군, 사회, 가치관이 있음에도 금전적, 감정적, 관계적인 성공으로 가는 길이 다양함을 보지 못하여 이것이 더 많은 야망을 품은 20대, 30대들의 장애물이 된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욱 안타깝다. 그런 다양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 커리어와 가정을 동시에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더 많은 틈새시장이 있음을 보고 선택하기만 하면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는 자유로운 직군과 필드가 충분히 있음을 인지하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다.
더 많은 여성이 커리어와 가정을 지키길 바란다. 100년 후의 아름다운 내 나라 대한민국이 존재하길 바란다.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나누고, 내 커리어 또한 키우며 오랫동안 노동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나도 그런 인생을 살며 저자가 말한 5번 포인트의 롤모델이 되길 오늘도 다짐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국경 없이 일하는 PM.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서울 사는 노마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