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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Oct 19. 2022

뭐라도 닥치는 대로 하면 길은 열렸다

나는 다양한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클럽거리에서 방황하는 20대 청년들을 보았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조용한 일상을 꿈꾸는 젊은 청년 사업가들을 보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는 공격적인 사업이 펼치는 중국인들을 만났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인터넷 없이 사는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한 방을 썼다.

  말레이시아 셈포르나에서는 국적도 부모도 없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근처에서 몇 십만 원의 와인을 홀짝이는 부자들을 보았다.

  배부르게 먹겠다고 진수성찬 시키고 몇십만 원을 혼자 써봤다.

  

  브루나이 정글 자연 속에서 악어와 원숭이를 보며 평안을 찾았다.

  느린 인터넷 속에서 허덕이며 인내를 배웠다.

  보수적인 옷을 사 입고 현지 옷을 먹으며 불편한 문화를 경험해봤다.


아시아만 확대해도 이렇게 넓다. 네 달 동안 다 돌아보지 못했다


  행복한 인생이란 깨닫는 인생을 말하는 것 같다. 세상은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내 인생관을 바뀌는 경험 거리가 참 많다. 지난 네 달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지내게 될 하루가 기대되어 미치도록 행복했다. 길게 여행했지만 세상에 대한 내 호기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아마 평생 안 채워질 질 수도 있겠지.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다. 인터넷 강국에, 자유로운 가치관이 허락되는 이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어느 동남아 국가보다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잘 나가며 어디서든 환영받는 국가였다.


  반면 방황할 수 있다는 반전이 있다. 우리는 '성공'에 대한 방향성과 가치관이 국가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듯하다. 안정된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을 잡아, 월급이 오르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공식은 이제 나 같은 MZ 세대에게 옛날 발언이다. 그러나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유효하다. 은근한 압박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청년은 한국 바깥으로 시도할 용기를 쉽게 내지 못한다. 잘못하면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나도 그랬고 아직도 그렇다. 적어도 내가 그러한 방향성을 잡고 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내가 자유로운 부자로 살아야 할 이유를 얻었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이들을 만났고 그러한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돈 많은 친구들보다 가난한 분들이 훨씬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의아했던 때도 있었다. 결국 난 돈으로 내가 속해야 할 공동체를 택하기를 포기한다. 난 가난한 공동체와 부유한 공동체 둘 다 넘나들며 속하기를 택하겠다.


  그러려면 난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 더 풍성히 나눠주기 위해, 내 마음속 여유를 위해 건강히 재산을 쌓고자 한다.  


오늘도  자유롭고 역동적인 하루를 위해 뛴다.

  

  세상에 일거리가 너무나 많다는 걸 알면서 사회의 틈새시장도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채워내야 할 구멍들이 무수히 많더라. 고객의 니즈가 많은 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 무궁무진하다는 거다. 어디에 끼여 어떠한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좀 커다란 구멍에 끼여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 사회에 살아보는 거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여행 전만 해도 내 인생의 방향성을 못 찾을까 조급하고 불안했다. 인생의 끝에 뭐가 있을지는 보지 못해도, 무언가를 무조건 하나씩 하다보면 '더 큰 걸 해보자'는 욕심이 생기고 길이 저절로 열리는 듯 하다.


  그렇게  구멍을 덮는 인생을 살겠다는 꿈을  여행에서 얻어간다.


  나는 다양한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곧 다가오는 12월 내 생일을 맞아 25살의 내게 수고했다 외치며, 내년도 이렇게 역동적으로 살아가 보자 다짐해본다.


  오늘도 자유롭고 역동적인 하루를 위해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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