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love is for you, not because you earned it, but because it`s just for you.
이 사랑은 당신을 위한 거예요. 당신이 무언가를 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그냥 당신이기 때문이에요.”
퍼포먼스 코치 리아 작가가 쓴 영어 필사책을 보다가 아스라이 떠오르는 얼굴, 네 삶에도 선물 같은 그런 한 사람이 있다.
2004년, 특별하고도 신비한 햇살이 집안을 환하게 비췄다. 서른 중턱을 넘기고도 결혼 생각을 않는 형과 누나에게 네 막냇동생이 사내 조카를 안겨 주었다. 너희 집식구는 원래부터 집이 절간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누구 할 것 없이 말수가 적었다.
그랬던 집에 아이의 웃음은 천상에서 들려주는 노랫소리였다. ‘뽕뽕’ 소리에 까르르 자지러지는 조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는 본래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일도 드물었다. 솔직히 친한 친구의 아이조차도 건성으로 귀여워하는 척했다. 그랬던 네가 조카가 생기고 세상에 모든 아이를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
네 조카의 어린 시절,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가족에게 햇살 같은 존재였다. 온 집안 식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서일까? 웃음을 달고 사는 네 조카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았다. ‘해피 준’이라고 이름 지어주었을 만큼.
네 집 바로 위층에 살았던 조카는 눈을 뜨자마자 내려와 ‘고모’하며 네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뽀얀 얼굴에 코끝도 닿기 전에 향긋한 분 내음에 심쿵할 때가 많았지. 좀 더 자라서는 글도 읽지 못하면서 그림으로 이해한 공상 과학 얘기며 게임 얘기를 맛깔나게도 종알거렸다. 게임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고모 가르쳐주겠다고 그 작은 입술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아직도 어제 일인 양 눈에 선하다.
어느 날, 너는 면을 좋아하는 조카를 데리고 수제빗국 집에 갔다. 주인장이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말에 면을 좋아하지 않았던 너는 바로 그 집 단골이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은 어릴 때 이미 평생의 효도를 다 한 거라는 말은 옳다.
당시 연애를 하던 너는 갈등이 많았다. 네게도 타인보다 가깝고 식구보다는 먼 네 편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하지만 성인의 세계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이아니다. 관계의 결말이 니지 않는 한 위기의 연속일 뿐이다. 네 연애는 타인의 프레임 속에서 평온했지만, 서로 생활 습관이 달라 오는 갈등에는 서로에게 한치의 배려를 허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별이 참 낯설었던 이유는 삶의 가치관이 맞았기 때문이다. 한바탕 쑥대밭이 된 마음이 옴짝달싹 못할 때 조카의 존재는 늘 위안이 되었다.
“너를 안아도 될까? 네가 다 자라기 전에 한 번 더.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네가 언제나 알 수 있게.”
라고 류시화 시인은 말한다.
아장아장 길을 걷는 조그마한발마저 아깝고 안쓰러워품에 안고 또 안았던 수많은 사랑을 기억하렴, 사랑하는 조카야.
네 조카는 이제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살아가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대학 1학년을 마치자마자 입영하더니, 군복 입은 멋진 사진을 보내왔구나.
그렇게 네 조카는 네 삶의 단계마다 또 다른 감회와 감동을 준다.
조카 덕분에 이젠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볼 때면 고모 미소를 장착한 사람이 되었다,너는.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감사하고 싶어 지는 나리다.
양 떼 지나가는 길을 따라 푸른 초원을 바람 구두 신고 달렸던 내몽고 여행. 그리고 솜털 같은 너의 웃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