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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bobusang Jun 03. 2024

우리가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

“사랑의 즐거움은 바로 우리 자신이 존재에 대한 정당함을 느낄 때이다.”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이 말은 사랑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와 <계약 결혼>으로 평생을 지적 동반자로 함께했던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시몬 드 보부아르는

“기대가 없으면 사람의 마음은 무능력해지고, 완고해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라고 했다.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너는 오래간만에 수영도 배우고 봉사 활동도 하면서 여유를 가졌다. 사랑도 시간이 필요한 감정이자 행위인 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그렇게 취미 생활도 하면서 직장을 찾던 중에 인연의 실타래가 네 앞에 우연처럼 툭 던져졌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을 좋아했던 거 외에는 이성에게 특별히 끌리지 않았던 너는 어쩌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었던 사치스러운 면이 있었던 듯하다. 세상을 구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구할 수는 있다는 우매한 신념 같은 거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거 같은 데 그의 사생활에 덕지덕지 묻어 나는 외로움에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너의 연애사가 시작되었다. 물론 상대가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면 애정 사는 출발선을 넘지 못했을 거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삶의 가치관이 잘 맞았다. 눈앞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보고 걸어간다는 것도,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다는 것도 그를 향한 믿음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사람과 사귀면 울 일이 많을 거 같다.”

고 그의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10여 년 그 실타래가 끊어지지 않고 꼬이면서도 풀렸던 이유는 서로 간의 신뢰감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성 간의 사랑은 어떤 사랑보다 이기적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의 계약 결혼이 오늘날까지 결혼 형태의 로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51년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필요성으로 선택되고 또 선택되었던 것이 아니던가?


관계의 단절은 그 필요성이 사라질 때 찾아온다. 그는 자신에게 더 초점을 맞춰 사는 삶을 원했고, 너는 자신의 삶을 향한 열정에 늘 목이 말랐다. 서로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연민을 이기지 못했다.    

함께 울고 웃던 삶이 11년째로 접어들 때 틀리지 않는 예감처럼 너희는 서로를 거절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을 인생 최고의 성공작”이라고 했듯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희 둘 다 부인하지 않는다.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사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가장 길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별이다.

 

 두 사람의 연애사가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 승화된 데에는 만남의 이유가 감정의 이끌림이 아니라 존재의 이끌림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어짐의 이유 때문이다.

 “그대가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결코 그대가 모든 것을 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처럼 이별의 예의를 다 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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