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착각이 발생하는 순간
분명히 오래 봤는데, 남아 있는 게 없다
AI와 대화를 오래 한 날이 있다.
예를 들어,
영상 편집용 노트북을 하나 사려고 마음먹은 날이다.
어떤 모델이 좋은지 확신이 없어서
AI에게 묻는다.
“영상 편집용 노트북 추천해줘.”
추천 목록이 나온다.
각 모델의 성능, 가격, 장단점이 정리되어 있다.
읽다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그럼 이 모델이랑 저 모델 중에는 뭐가 더 좋아?”
AI는
CPU 성능 차이, GPU 성능 차이, 렌더링 속도 차이를 설명해준다.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또 묻는다.
“이 가격이면 적당한 거야?”
“비슷한 가격에서 더 좋은 모델도 있어?”
답변이 또 나온다.
비교표도 보고, 다른 추천도 확인한다.
한 시간이 지난다.
화면에는 많은 정보가 쌓여 있다.
성능도 알게 되었고, 가격도 알게 되었고, 차이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든다.
“이제 충분히 알아봤다.”
그런데
실제로 쇼핑몰을 열고 구매 버튼 앞에 서면,
이상하게도
여전히 확신이 없다.
왜일까.
AI에게 많은 질문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이 문장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휴대성보다 렌더링 속도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
혹은
“나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영상 편집이 끊기지 않는 모델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
혹은
“나는 200만 원 이하라는 조건을 유지한 상태에서
그 안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겠다.”
이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정보를 읽어도
판단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이 모델 괜찮아?”
“다른 추천 있어?”
“이게 최선이야?”
정보는 늘어나지만,
내 판단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기준 없이
AI에게 대신 판단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렇게 말하는 순간 구조가 바뀐다.
“나는 이동하면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게는 중요하지 않아.
대신 영상 편집이 끊기지 않는 성능을 기준으로 적합한 모델을 비교해줘.”
이 질문은 다르다.
더 이상
“무엇이 좋은가”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
“내 기준에서 무엇이 적합한가”를 묻는 질문이다.
이 순간부터
AI의 답변은 추천이 아니라
내 판단 기준을 검증하는 도구로 바뀐다.
그리고 이때부터,
읽은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정보가
내 기준 위에서
정리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는
정보를 많이 읽은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을 세운 상태에서
AI에게 질의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비로소 축적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일 수 있다
AI를 사용할 때
우리는 대부분 이런 흐름을 경험한다.
질문한다.
답을 읽는다.
이해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다.
문장도 이해되고,
논리도 정리되어 있고,
설명도 충분하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리된 문장을 읽었을 뿐이다.
생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고 착각이 드러나 진짜 순간
AI에게 진로에 대해 많이 대화한 날이 있다.
이직을 해야 할지,
지금 일을 계속해야 할지,
여러 번 물어봤다.
각 선택의 장단점도 읽었고,
시장 전망도 확인했고,
현실적인 조건도 비교했다.
그날 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였다.
여전히 이직하지 않았고,
여전히 준비하지 않았고,
여전히 결정하지 않았다.
그때 깨닫는다.
나는 한 달 전에도 생각 중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생각 중이다.
생각은 많이 했지만,
단 한 번도
결정을 내린 적은 없었다는 것을.
이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나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생각은 정보량이 아니라 ‘결정’에서 시작된다
정보를 많이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종종
많이 알아볼수록 생각이 깊어졌다고 느낀다.
노트북을 사기 전에
여러 모델을 비교해보고,
이직을 고민하며
여러 회사의 연봉과 후기를 찾아보고,
운동을 시작하려고
여러 방법과 루틴을 읽어본다.
읽고 나면
이런 느낌이 든다.
“이제 충분히 알아봤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직
어떤 노트북을 살지도 정하지 않았고,
어느 회사에 지원할지도 정하지 않았고,
내일부터 무엇을 할지도 정하지 않았다.
정보는 늘어났지만,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보는
선택을 돕는다.
하지만
선택 그 자체는 아니다.
생각은
많이 읽었을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에서 시작된다.
“나는 내일부터 하루 30분씩 운동하겠다.”
이 문장이 등장하는 순간,
정보는
비로소 방향을 갖게 된다.
그 전까지 우리는
생각을 끝낸 상태가 아니다.
아직
읽고 있는 상태다.
비교하고 있는 상태다.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생각은
가능성을 늘리는 과정이 아니라,
그 가능성 중 하나를
닫는 순간 시작된다.
많이 읽은 날이 아니라,
하나를 정한 날이
생각이 시작된 날이다.
AI는 사고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사고 과정은 대신하지 않는다
AI의 답변은
이미 정리된 형태로 제공된다.
논리가 정리되어 있고,
비교도 되어 있고,
결론까지 포함되어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구조를 읽으며
내가 생각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 구조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내가 한 것은
읽고 이해한 것이다.
사고는
그 다음 단계에서 시작된다.
사고가 시작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진짜 사고는
더 많은 정보를 찾을 때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를 충분히 읽은 뒤,
더 이상 읽을 것이 없는데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질문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예를 들어,
여러 회사의 연봉과 후기를 다 읽은 뒤,
여전히 지원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는 순간.
여러 제품을 비교해본 뒤,
장바구니 앞에서 결제를 망설이고 있는 순간.
여러 방법을 알아본 뒤,
여전히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순간.
바로 그때,
이 질문이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읽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의 기준을 요구한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 하나를 정할 것인지를 요구한다.
이 질문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소비하는 상태에 머물 수 없다.
비교를 멈추고,
가능성을 줄이고,
하나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지점에 서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읽는 상태에서
비로소 생각하는 상태로 이동한다.
1층 사용자가 반복하는 패턴
1층 사용자는
이 과정을 반복한다.
정보 확인
→ 이해한 느낌
→ 다음 정보 확인
→ 이해한 느낌
이 과정은 계속되지만,
결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사용했지만,
남아 있는 판단은 없다.
사고 감각이 없는 이유
사고는
항상 선택과 함께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여러 회사 정보를 다 찾아보고,
연봉도 비교해보고,
후기도 읽어봤지만
아직 어느 회사에도 지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많이 알아본 상태일 뿐,
아직 판단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한 회사를 정하고
지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선택의 이유와 기준은
내 안에 남기 시작한다.
왜 그 회사를 선택했는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봤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가
비로소
내 판단으로 축적된다.
반대로,
계속 비교만 하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정보는 늘어나지만
판단은 남지 않는다.
그래서
AI를 계속 사용했지만,
많이 읽었지만,
많이 비교했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사람인지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다.
내 판단이 만들어진 순간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 착각에서 벗어나는 전환: 읽은 뒤, 반드시 선택을 선언하는 것
1층 사용자는
이 단계에서 멈춘다.
읽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반면 2층 사용자는
여기서 한 문장을 추가한다.
예를 들어보자.
1층 사용자는 AI에게 묻는다.
“헬스가 좋아, 홈트가 좋아?”
“주 3회가 좋아, 주 5회가 좋아?”
“루틴 추천해줘.”
여러 계획을 읽는다.
하지만
운동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1층 사용자는
다시 묻는다.
“가장 효과적인 운동 방법 추천해줘.”
반면 2층 사용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집에서 하루 10분 운동부터 시작하겠다.”
그리고
AI에게 다시 묻는다.
“하루 10분 기준으로, 오늘 할 운동 순서 알려줘.”
이 순간,
정보는
읽은 내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기 위한
지침이 된다.
읽는 사용자에서, 판단하는 사용자로
AI는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사고는
AI에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 방법이 좋을까, 저 방법이 좋을까?”를 계속 묻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다.
“이 방법으로 진행하겠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을 더 묻지 않고,
그 방향으로 다음 질문을 이어가는 순간.
바로 그때,
사고는 시작된다.
읽기만 하면,
사고는 남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AI 질의하면,
사고는 축적된다.
이 차이가
1층과 2층의 차이다.
정리하면: 사고는 읽는 순간이 아니라, 선택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1층 사용자는
많이 읽는다.
2층 사용자는
읽은 뒤 AI에게 기준을 정하고 질의한다.
이 작은 차이가
사고를 만들고,
판단을 만들고,
다음 단계로 이동하게 만든다.
사고는
정보량이 아니라,
내 사고 기준으로 질의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다음 회차 예고
많은 사람들이 AI를 사용하지만,
사용 경험은 판단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왜 AI를 오래 사용해도
판단 능력은 자동으로 증가하지 않는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