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존속한 기업은 몇개가 될까? 기업의 수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1935년 기업의 수명은 90년, 1955년엔 45년, 1975년엔 30년, 1995년엔 22년, 2015년에는 15년으로 수명이 단축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 역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기업의 평균수명이 1990년 50년에서 2010년 15년으로 단축됐고 2020년에는 10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했다.
또 다른 관련 분석자료 중 하나인 포춘지는 1990년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2010년까지 500대 기업으로 남은 곳은 121개사로 75%가 탈락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내놓은 보고서에도 국내100대 기업 중 지난 30년간 73개의 기업이 100대기업에서 밀려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 대단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오래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거대 자본을 이룬 기업의 경험이 절대 생존을 보장할 수 없고 그것이 기업의 역량과 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경험과 역량은 비례하지 않는다.
기업만 그럴까? 사람은 기업과 다르지 않을까?
또 다른 사례를 생각해보자.
교통사고는 누가 가장 많이 낼까?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의 교통사고 현황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한해 평균 발생한 교통사고 22만3천건 가운데 면허취득 15년 이상 된 운전자가 가해 차량 운전자인 사고는 연평균 46%였다고 한다.
또한 이들이 낸 교통 사망사고도 전체 사망사고의 4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사고 자체의 위험도도 높았으며, 그에 반해 면허를 딴 지 1년이 안 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4%에 불과했고 15년 미만은 15%에 그쳤다고 한다.
교통사고의 비율통계에서도 초보운전자보다 운전경력 15년차 이상의 사고비율이 더 높다. 이 역시 운전경력과 사고는 아무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경험과 역량은 비례하지 않는다.
신인 야구선수도 홈런왕이 될 수 있고, 다승왕이 될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신재영 투수는 올해 신인왕 수상자로 올시즌 기록은 15승 7패(평균자책 3.90, 168 2/3이닝 소화)로 신인으로서는 대단한 한 해로 기록되었다. 연봉은 불과 2,700만원으로 프로입단 10년차 삼성라이온즈의 장원삼 투수(7억5천만원)의 30분의 1 수준이지만, 올 시즌 성적은 극과 극으로 희비가 교차되었다. 이 역시 경험과 역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 보자.
우버(Uber)라는 기업을 들어보았을 거다. 2009년에 창업한 이 기업의 시장가치는 무려 700억달러에 달한다(한화 80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120년된 기업 중 하나인 두산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4천억, 자산총액 31조 수준(16년12월27일)과 비교하면 창업 7년차 기업인 우버의 가치는 상상이상을 말해 준다. 이 역시 경험과 역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지금의 시대는 무슨 시대인가? 상상이 현실이 되며,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회이다. 경험이 중요한 시대도 있고, 아직도 특정분야에서는 경험과 연륜이 중요한 부분도 반드시 있다. 물론 경험(경력)이 숙련도에는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긴 역사를 통해 보면, 그러한 부분 역시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듯 하다. 루키도 얼마든지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고, 신입사원도 잠재력이 아닌 성과로 바로 나타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실력과 역량이 방향을 결정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지금 이 시대라는 사실을 오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