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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무너진 도성 높아진 함성

정유년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닭이 대성 통곡하며 울고 있다.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처분된 닭이 3천만 마리를 넘어 계란이 수입되는 초유의 사태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최순실 국정농단의 충격으로 2017년의 시작도 그리 밝지 않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최순실 관련 부정청탁, 비리 등 매일 터져 나오는 뉴스가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고, 도대체 어디까지 진실이고, 무엇이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드는 때이다.



국가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고, 우리의 도성은 무너졌다. 역대 최저의 대통령 지지율 4%라는 초라한 민심 앞에 국가 통치기반이 흔들리고, 존립마저 위태로워 보이지만, 2017년의 해가 다시 떠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집회의 최대 참가 인원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일어서고 있음을 우리는 직접 경험했다. 대통령이 무너져도 국가는 절대 무너지지 않음을 우리는 보았다. 그렇다. 국가는 특정 권력 집단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의미있는 일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비추고 있다.


첫째,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영원할 수 없다. 언젠가는 한 줌의 재가 되며, 그 권한은 위임받은 국민에게 결국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둘째, 부패한 권력은 결국 무너진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며, 부패한 권력은 결국 정의 앞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그 빛은 어둠을 모든 면을 비추어 낸다.


셋째, 민주주의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선진 민주주의 사회는 수많은 이들의 피의 댓가를 지불한 결과이다. 대통령의 통치권력이라는 것도 국민으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은 대리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뼈져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넷째, 언론의 진정한 역할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보수, 친 여당성향의 언론으로 분류되는 TV조선과 JTBC를 통해 처음 제기된 최순실 사태는 진정한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이후 다양한 진보 성향의 한겨레, 경향신문 등과의 협력적, 경쟁적 취재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실히 전달해 주었다.    


다섯째, 우리가 원하는 다음세대는 절대 그냥 오지 않는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전국의 수백만 국민들은 모두가 다음세대에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가족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 또한 수백만의 참여자들이 있었지만, 단 한번의 유혈충돌이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우리는 직접 경험했다.



우리는 무너진 도성에 있다. 국가의 통치리더십의 무능과 부패를 분노와 충격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국민의 위대함, 선진의식 속의 높아진 함성을 그 가운데 직접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2017년은 우울함과 충격 속에 시작했지만, 우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세워가며 확신하고 있다. 비록 지금의 어두움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그 후에는 반석같은 단단함으로 견고히 세워질 내일을 오늘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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