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晩秋)
꽉찬 지금을 늦은 가을이라 한다.
무엇이든지 꽉찬 다음에는 새로움이 기다린다.
밤이 깊으면 아침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삼십이 가면 사십이 오고,
끝이 오면 새로운 시작이 온다.
그래서 늦가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다.
새로움은 설레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익숙함을 떠나 낯선 환경과 상황,
그 변화의 중심에 서고 나면
성장과 성숙의 기로에 있음을 실감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2차선 도로가 8차선으로 넓어진 그런 나의 모습을
새로움을 이겨내고 나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새로움이란 작은 물줄기같은 경험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갔고,
돌이켜 보았을 때,
그 물줄기가 동해를 거쳐 태평양의 한 부분이 됨을
스스로가 느꼈음에 만족해 본다.
만추(晩秋)에서 가을 하늘의 높음과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계절의 경계에서 익숙함을 떠났을 때의 설레임과 새로움의 감정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