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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재생각

#20.처음엔 그 누구도 걷지 못한다

좀 못해도 괜찮아

세 아이의 부모라 그런 지 아이들 교육에 신경이 늘 쓰인다. 최상의 교육환경은 제공 못한다 하더라도 나보다는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해 주고 싶고, 이왕이면 좋은 선생님,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


그러면서 나도 좀 더 나은 부모가 되어 보려고, 이생각 저생각할 때가 많다. 그 생각 중의 핵심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 건전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민주 시민으로 자라게 해 주고 싶다.


한국 사회를 겪어 보니, 지정학적 환경에 영향이 많았고, 좁은 국토에 대도시 중심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한국사람은 기본적으로 부지런하며, 교육열이 강하고, 성격이 급하고, 기다려 주지 못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에 놓이게 되고, 복잡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상향 평준화되고, 수준 높은 눈높이가 형성되는 그런 사회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세계에서 유래없게 압축적으로 독특한 사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한 눈 팔면 왠지 뒤쳐지고 올드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그런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한국 사회이다.


한국에서는 역량과 잠재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누군가의 관심과 지원이 없다면 그것이 발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너무 빠른 변화도 그렇지만 이미 사회 제도, 수요-공급 시장, 인프라적으로 변화 속도를 받아줄 수 있는 안정된 사회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이 이미 광범위하게 사교육 시장을 지배하고, 선두권 그룹은 경쟁적으로 학습하다보니 수준 높은 교육을 자연스럽게 추구하고, 우열을 가려야하는 제한적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쟁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경쟁환경에서 조금만 한 눈 팔면 뒤쳐지기 일쑤다. 교육분야뿐 아니라 전 사회시스템이 다 그렇게 적응발전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 아이들을 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교육인지, 이렇게 하는 것이 균형있는 것인지, 저렇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생각할 때가 많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나만 달라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느 날 아이가 수학 한 문제를 몰라서 끙끙앓고 있고, 못 풀어서 맘이 상해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게 뭐라고!

자존심이 커서 그런가?

아내가 너무 하는가!

내가 너무 무심했나?!'

초등학생인 아이들인데 참... 충격이었다.


같이 문제를 풀어주면서 얘길 해 주었다.

"처음엔 누구도 걷지 못해. 좀 못해도 괜찮아"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인생은 80년을 달려야 하는 달리기와 같아.

엄청 긴 달리기야,

너무너무 긴 거리라서 페이스 조절도 잘해야 하고 쉬었다가 전력질주도 했다가 또 때론 넘어지기도 해.

그리고 다시 일어나 또 뛰어야 해.

어떤 때는 혼자 뛰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같이 뛰어야 할 때도 있어."


"처음엔 누구도 걷지 못해,

좀 못해도 괜찮아."



그러면서 몇 가지를 자녀 양육에 있어 일상의 태도로 삼아 보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보았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기

안되는 것에는 반드시 물어보기

어떤 일에나 포기하지 말기

스스로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키기


조금씩 천천히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해 있게 된다.


그러한 일상의 과정 속에서 균형잡힌 좋은 사람이 되게 해 주는 것, 건강한 사고를 가진 좋은 친구, 동료 집단을 만나게 해 주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삶의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고, 소신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이런 생각들, 건전한 의식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 보려고 나 스스로도 부단히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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