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식자[虎不食胔]
둘째 딸, 예솔이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가 젤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숙제야"
음 뭘까 생각하다가 최근 굉장히 자주 듣는
"Eye in the sky"라고 보냈다.
그러자
"왜 그 노래를 좋아해? 가수는 누구야?"
"뭐랄까? 음과 리듬이 좋아.
가수는 Alan Parsons Project야"
라고 답했다.
이 노래는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굉장한 히트곡이다. 1982년에 발매되었으니, 거의 나랑 연배도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이 곡은 40년 전의 곡임에도 전혀 올드한 느낌이 없고, 최신의 곡보다도 더 놀라운 전자음과 연주음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명곡임에 틀림없다.
이 곡을 만든 리드 보컬 Eric Woolfson은 카지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Eye in the sky는 카지노 천장의 공중 감시 카메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며,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와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고민과 번뇌가 고스란히 곡에 닮겨 있음은 물론이다.
이 곡의 가사는 두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곡에서 어느 시점부터 상대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eye in the sky처럼 상대를 보고 다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대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행태를 고칠 기미도 전혀 안 보여 거기에 지친 주인공은 그만 떠난다는 내용이다.
예전 직장에서 퇴직하기 직전, 나의 상사와 역할과 리더십에 대한 이견과 갈등이 있었다. 상사에게 이 상태로는 함께 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난 직후, 예정되어 있던 전 직원의 리더그룹 마지막 워크샵이 있었다. 그 때 직원들과 함께 이 곡을 들으며, 노래의 의미와 가사의 내용을 나눈 적이 있다. 사람이 생각이 같을 수 없겠으나, 같은 방향으로 고민하는 공감과 교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부족한 리더였던 나와 함께 한 팀원들에겐 지난 시간 매우 감사했다는 마음과 정말 미안하다는 마음을 다시 전한다.
그리고 노래의 가사처럼 알든 모르든 누군가는 나를 그리고 너를, 지켜 보고 있고, 상대에게 말을 하지 않을 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당시 나의 윗사람의 미성숙하고, 진부한 리더십과 이중인격적인 모습에 같이 갈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호불식자[虎不食胔])의 마음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사표를 냈다.
이 노래는 나에게 그런 의미, 상당한 의미를 부여해 준 곡이었다. 그래서 난 이 곡이 좋다. 올바름과 진실됨, '똑바로 하자'를 스스로에게 일깨워 주는 Eye in the sky를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