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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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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유종의 미(有終의 美)

스프링복(Springbok)의 질주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왔다. 올 한해는 어떤 의미가 우리에게 있었는가? 처음과 끝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12월은 마무리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마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유종의 미는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한 학기동안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그 강의의 마무리를 "유종의 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다가 요 며칠 깊이 있게 고민해 본 "스프링복의 질주" 혹자는 "스프링복 현상"이라고 불려지는 내용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서울대학교 입학시험 논술 논제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였다. 여기서 등장한 예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프링복의 질주"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화 3]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들은 처음에는 풀을 뜯으며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만 앞서가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어 버리면 뒤따르는 양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풀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양들이 모두 조금씩 빨리 달리기 시작한다. 뒤따르는 양들이 속력을 내어 달려오므로 앞서가는 양들은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결국은 양떼 전체가 앞을 다투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된다.


스프링복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영양/가젤류라고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스프링복"(springbok)이라는 이름은 아프리칸스어와 네덜란드어에서 "뛰어오르다"(jump)라는 의미의 "스피링"(spring)과 수컷 영양 또는 염소를 의미하는 "복"(bok)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이름 그대로 높이 뛰는 양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2007년 서울대학교 입학시험 논술 논제 예화에 등장한 스프링복이니 아마도 그 이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학계나 언론에 보도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곳저곳을 찾아보았다. 몇몇은 앞만보고 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에 스프링복을 비유하기도 하며, 탐욕에 눈이 먼 누군가를 비유하기도 하며, 목적없이 그저 눈 앞의 것만 추구하다가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하고 싶은 이야기랄까?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 본 내용이랄까?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여기에 있는가? 무리를 지어 살다가 점점 더 그 무리가 커지는 모습이 현대 사회의 도시화와 연결이 되고, 그 도시에 사는 나는 여기에 왜 있는지 목적은 잊은 채 그저 앞만보고 달리는 것이 스프링복의 질주와 무엇이 다른가?


스프링복이 달리기 시작하면 옆에 있던 스프링복, 그 옆에 있던 스프링복이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질주하듯 달리기 시작하면 그 스프링복은 왜 달리는 지를 잊어버리고 달리기에 집중하게 된다. 시속 90km의 빠른 속도, 전속력으로 수 천마리의 스프링복이 대평원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절벽으로 모두 떨어져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좀 더 좋은 풀을 먹기 위해, 좀 더 많이 먹기 위해 좋은 곳을 찾아 이동을 하다가 그만 무슨 목적으로,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하는지 잊은채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나는 어떤가? 목적없이 방향성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리지는 않았는가?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종의 미를 생각해 보며, 처음에 목표로 했던 그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올 한해가 되길 소망해 보며, 목적이 이끄는 삶이 되길 나도, 이번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삶이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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