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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멘달 Nov 15. 2022

다양성을 고려하는 사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9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해 오던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식 음악과 꽃 힐링 수업>을 모두 마쳤다. 누구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셨을 이 분들을 위해 몇 달 전부터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온 나였다. 감사하게도 수업에 참여하셨던 여섯 분 모두 매주 오실 때마다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시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수강생 분들은 나이대가 비슷하시고 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수업 중에는 음악과 꽃 이야기 외에도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고 갔는데 당연히 그중 90프로 이상은 아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분들은 매주 만날 때마다 지난주 있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울고 또 웃었다. 나는 음악과 꽃도 좋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우리’라는 연대감을 키우는 대화의 시간이 이 분들의 마음에 더 힐링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수업 시간마다 수강생 분들은 장애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정보나 사건들을 공유하셨는데 그 속에 있던 나도 자연스럽게 몰랐던 여러 가지 소식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사연은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 아이들의 학교 부족 문제였다. 그 이유는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장애인 특수학교를 세울 만한 장소가 서울 안에는 없다는 것.. 그나마 서울 외곽에 있는 몇 학교들은 자리가 없어 등록을 해도 무기한으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의무교육을 학교가 부족해서 못 받을 수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분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수많은 서러움과 눈물의 그저 한 단면일 뿐이었다.


  하루는 우연히 내가 키우고 있는 반려 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장애 아이들 정서 발달에 도움에 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너무나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좋을 수도 있는데요.. 개들이 지능이 높아서 우리 아이들을 무시할 수도 있다네요.. 개마저 내 새끼를 무시하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담담히 웃으며 이야기하셨지만 순간 내 가슴은 훅~ 하고 뜨거워졌다. 괜한 질문을 드렸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장애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분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 분들의 몸과 마음에 지워진 짐이 크다는 것을.


  문득 나는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목동에 위치한 혁신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장애인 통합교육을 하고 있어 한 반에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늘 그렇게 지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고 또 불편한 점은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개선해 나가는 이른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 이미 적응해 나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마침 학예 발표회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3년 만에 이루어지는 행사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하여 무대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자니 언제 저만큼 컸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대에 올려진 아이들 속에는 당연히 장애아이들도 있었다. 누가 봐도 행동이 느리고 한 박자씩 늦어지는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그 모습을 어색해하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무대에 오르고 내려올 때 서로 손을 잡아주고 행여 공연 중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잠시 이탈하여도 다시 데려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아이들이 무대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끝까지 응시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 손을 담당 선생님 손에 무사히 닿게 하고서야 아이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내 품에서, 내 울타리 안에서만 키운다면야 아이가 장애가 있더라도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아이는 당연히 언젠가는 세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분들의 꿈은 그저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아침이면 집을 떠나 어떤 일이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 속의 한 구성원으로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당연한 권리인 것을 이분들에게는 간절한 하나의 소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장애인 통합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이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울려 사는 평등한 사회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학예회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그래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과연 어떤 사회가 기다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 부디 이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 마음이 변치 않도록 나라가 평등한 사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길 바란다.


  6회간의 수업 때마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하셨던 여섯 분의 아름다운 미소가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그 미소가 그분들의 삶 속에서 자주 드리워질 수 있도록 사회와 나라가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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