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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an 30. 2023

17살 딸이 세뱃돈으로 살려고 한 것은....

# 10대의 재테크에 대하여

설명절 기간 친척집에 인사를 갔다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명절기간 나름대로 두둑이 세뱃돈을 확보한(?) 두 딸들에게 물었다. 


" 얘들아 세뱃돈 모아서 뭐 할 거야?"


큰 딸은 아직 무엇에 쓸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매사 모든 일에 고심을 하여 결정을 하는 딸의 성격상 그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 딸의 대답은 나의 기대와 예상을 전혀 벗어났다. 


"어, 나는 금을 살까 해"


"뭐.... 뭘 산다고?"


"금 산다고"


"야 금을 왜사?"


"뭐, 그냥 가지고 있으면 좋잖아!! 가치가 쉽게 변동되지도 않고."


"야 너는 금 한 돈에 얼마인지나 알아?"


"어. 30만 원 조금 넘어"


"....... 그걸 어떻게 알아?"


"찾아봤지"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나도 금 한 돈의 시세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알고 보니 예전에 세뱃돈 받은 것으로 집사람과 같이 가서 금 한 돈을 구매했다고 한다. 작은 큐브 모양으로 된 것을 말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둘째 딸이 저런 말을 했다보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집사람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스스로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둘째 딸의 대답은 나를 당황시켰고,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에는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재테크 교육을 시킨다는데 우리 집은 그런 것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10개 증권사에서 새롭게 개설한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총 48만 327개라고 한다. 2020년 전체 증권사의 신규 미성년 계좌 수(47만 5,399개) 보다 많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은 주식거래를 해본 경험이 아이들이 상당히 있었다. 아버지 계좌를 이용하여 주식거래를 경험해 본 아이들이 많았고 일부는 자신의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해서 속으로 놀란적이 있었다. 일부 아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코인거래를 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주식이나 코인거래를 통하여 경제관념을 가지게 되고 투자 방법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투자에 대하여 배우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일부 학생들은 불법 스포츠 토토나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학생부장으로 이런 사건을 처리한 경우는 없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들려오기도 한다. 물론 경찰도 아닌데 단지 아이들 간에 떠도는 풍문이나 소문만 가지고 내가 더 파고 들어갈 수는 없다. 불법도박이나 스포츠 토토에 빠진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문들이 계속하여 내려오는 것을 보면 분명히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아이들의 삶에 이런 불건전한 것들이 자리를 잡지 않았나 싶다. 


알파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10대들이 이전 세대보다 경제에 일찍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이기 때문에 아닌가 한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다루어 왔고 디지털미디어에 노출되어서 살아왔기 때문에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금융거래에 대해서도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의 삶의 가치를 좇는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직장생활을 통해 월급으로 자산을 만드는 것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버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제는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대신 투자로 일확천금으로 극적으로 변화하는 사례들을 매스컴이 앞다투어 전하나 보니 이제는 알파세대들에게도 삶의 최우선의 가치는 노동보다는 투자가 된 것이다. 


어째튼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맞게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려서 부터 올바른 투자방법을 교육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물질이 만능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같이 가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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