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다음날에도 오후가 되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나는 교무수첩에 우리 아이들이 잘 못한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워낙 지각이 많고 오후에 등교하는 녀석들도 있어, 지각을 하는 것도 종례 시간에 처벌하기로 아이들에게 공지했다. 지각을 한 녀석들, 여러 가지로 교내에서 잘 못을 저지른 것들을 적었더니 교무수첩 한 페이지가 다 채워졌다.
교무수첩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큐대를 들고 교실로 향했다. 각 종 전달 사항들을 전달하고 유인물을 배분한 뒤 바로 아이들의 만행이 적여 있는 교무수첩을 펼쳤다. 오후에 등교를 한 녀석들까지 포함되니 거의 학급의 절반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 아이들에게 공지한 기준대로 한 명씩 엎드리게 하고 큐대로 체벌을 가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간에 한 녀석이 벌떡 일어서더니 자기가 왜 맞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선생님이 이렇게 학생을 때려도 되는 거냐고 대들었다.
순간 교실에 조용한 적막이 찾아왔다. 이렇게 대들 거라고는 미쳐 생각을 하지 못하여 조금 당황했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모두들 숨을 죽이며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질 수 없었다. 여기서 내가 당황해서 먼저 손을 들게 되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학급 운영도 엉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무 수첩을 펼치고 그 녀석에 대한 상담기록 및 잘못한 것들을 쭉 읽어주었다.
"OO 이는 개학하고 지금까지 40일 동안 지각, 흡연, 폭행, 선생님께 대한 불손한 태도 등으로 총 12번 상담을 했고, 반성문을 작성했고,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그런데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고 오늘도 흡연하고 후배들을 위협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불손한 언행을 취했다. 이거는 학생으로 정말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좋은 말로 안될 것 같고 네가 좋아하는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경찰서든 교육청이든 어디든 신고해도 좋아.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는 벌로 너는 나한테 맞아야 돼"
"그리고 선생님께 말할 때는 좀 더 공손한 말씨와 태도를 갖춰야지"
"짝다리 짚지 말고 똑 바로써. 그리고 눈 안 깔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런 정도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잠깐의 적막이 흘렀고, 혹시 이 녀석이 그래도 대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조금 들기도 했다.
그 녀석이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엎드렸다.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안도를 하게 되었다. 이제 기싸움에서 내가 이긴 것이다!!!
그날 모든 녀석들이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 엎드려서 엉덩이를 맞았다.
이렇게 우리 반에 폭력의 시간이 시작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팔이 너무 아파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것도, 심지어는 밥을 먹는 것도 힘들었다. 보통 하루에 7명에서 10명 가까이가 개인별로 7~10대를 체벌했으니, 적게는 50~100번을 그 무거운 당구 큐대의 뒷부분을 휘두른 것이다. 체벌이 처음이라 긴장도 되다 보니 팔에 힘이 들어가게 되었고, 처음에 뻐근하던 팔이 일주일 정도 되니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되었다.
주변 선생님들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하라고 걱정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우리 반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저번에 당구 큐대를 들고 출근한 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신 샘께서 이번에도 지나가시면서 슬쩍 말을 흘리셨다.
"팔에 힘을 빼고 손목을 이용해봐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배드민턴 칠 때 스매싱 치는 것처럼 손목 스냅을 이용해 보세요"
선생님의 조언대로 큐대를 휘두를 때 손목 스냅을 이용하니 훨씬 팔에 힘이 덜 들어갔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의 조언을 받아 아이들이 엎드렸을 때 허리춤을 손으로 꽉 움켜 잡았다. 종종 아프다고 피하다가 허벅지나 허리를 맞을 수 있고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 정말 맷집이 좋았다. 횟수까지 정확히 세며 다 맞으면 바로 일어나서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매를 맞기 태어난 기계들처럼. 아마 중학교 시절부터 체벌의 경험이 많아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맞기만 하고 끝나버리면 아이들이 반성의 기회가 부족할 것 같아 방과 이후에 남겨 반성문을 작성하게 했다. 처음에는 대충 써와서 몇 번을 퇴짜를 놨더니 그다음부터는 다들 열심히 반성문을 썼다. 그런데 정말 맘먹고 쓰니 처음 읽어 본 사람은 그 내용을 보고 감명을 받을 정도로 잘 썼다. 그렇지만 그때뿐이었고 행동의 변화는 당장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날 또 잘못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