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의 마지막 주를 보내며 거리두기 4단계를 다시 앞두고 있는 학교들은 학사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시험기간인 경우가 많다. 우리 학교도 역시 2021년을 마무리하는 2학기 2차 지필 기간이었다.
2학기 2차 지필(기말고사) 첫날 아침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등교하여 감독 시간표도 다시 확인하고 학급 조회 전달 사항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갑자기 A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 다와 가는데 교실로 올라가도 되는지 물었다.
어제저녁에 A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다. 동생네 반에 확진자가 발생하여 A의 동생이 자가 격리자가 되었는데 A가 등교해도 되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PCR 검사를 받으시고 음성이 나오면 등교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PCR 검사 결과가 벌써 나왔니?"
"동생 자가격리 통지서에 밀접 접촉자가 아니면 백신을 2 회차 접종한 후 2주가 지나면 등교를 해도 상관없다고 나와서 그냥 왔어요"
어제 통화할 때는 전달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코로나 관련 등교 여부는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조회 시작 시간을 20분밖에 남겨 놓지 않고 있어서 여유 시간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부지런히 보건실로 뛰어내려 갔지만 보건실의 문은 잠겨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출근을 위해 운전 중이시던 보건 샘께 전화를 드렸다. 백신 2차 접종 2주가 지났으면 등교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시 핸드폰을 A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건물 안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다시 뛰어내려 갔다. A의 스마트폰을 통해 백신 접종 일자를 확인하고 교실로 올려 보내고 다시 교무실로 와서 감독 도장과 볼펜을 챙겨 들고 조회시간에 맞추어 교실로 뛰었다. 4층을 여러 번 뛰어다녔더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얼굴에 땀이 흘렀다.
2학기 2차 지필(기말고사) 둘째 날 아침
오늘은 별일이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여 커피를 한잔 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학생 B의 어머님이었다. B의 동생네 반과 학교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여 원격수업으로 전환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선제적으로 B의 동생을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는데 B를 등교시켜도 되냐고 물었다.
어제저녁에도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아침에 이러는 것이 정말 당황스럽다. 어제처럼 다시 출근 중인 보건 샘께 전화를 드려 동생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 등교를 해도 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다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일단 학교에 오시면 내리지 말고 차에서 코로나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급히 교실로 가 조회를 마치고 시험감독을 들어갔다. 시험 감독 중에 B 어머니한테 동생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문자가 왔다. 원래는 시험 감독 중에 문자 확인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금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B를 교실로 올려 보내고 감독 선생님께 스마트폰도 제출하게 이야기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2학기 2차 지필(기말고사)셋쩨 날 아침
제발 오늘은 다들 무사히 등교했으면 마음을 가지고 출근을 하여 자리에 조용히 앉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사태를 기다렸다. 다행히 조회시간까지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마음을 놓고 시험감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감독에 들어간 반의 인원을 하니 아이들도 왜 안 왔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시험을 결시할 경우 사유를 정확히 알고 결시자 답안지를 감독이 작성하여 사유도 표시해야 한다. 결국 부감독이 교무실로 내려가서 수소문 끝에 열이 나서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침에 갑자기 발생한 사안이라 정확하게 전달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다수 발생을 하니 선생님들도 모두 정신이 없었다.
그날 저녁 집에서 안마의자에 앉아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는데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솔직히 받고 싶지 않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과 후에는 업무상 전화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은데 학부모나 학생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항상 어느 때나 전화를 걸면 교사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급한 일이 아님에도 저녁에 전화를 걸어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을 가지고 항의를 하는 학부모도 종종 있다. 요즘 교사는 감정노동자가 아닐까 싶다.
학부모가 전화를 한 이유는 학생 C가 몸이 안 좋고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내일 등교를 해도 되는지 여부였다. 물어보니 열이 나거나 PCR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시험기간이니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빠지지 않는 것이 좋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열이 나거나 하지 않으면 등교를 시키시라고 말씀드렸다.
2학기 2차 지필(기말고사) 마지막 날 아침
드디어 시험 마지막 날이 되었고 금요일의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제발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고 생각을 하며 아침에 출근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바로 깨졌다. 평소 지각이 많은 학생 D에게 전화가 와서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은데 등교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 부모님을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운전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고 했다. 뭐 약간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일반은 PCR 검사를 받던지 아니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라고 하였고 시험은 경우에 따라 공결이나 병결이 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결국 학생 D는 병원을 가기로 하고 시험은 질병 결석으로 성적처리를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모두가 걱정을 하던 2학기 2자 지필평가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산발적으로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수시로 발생하여 학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게 되면 부득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을 해야 되고 그렇게 되면 시험일정이 늦어지게 된다. 시험일정이 늦어지면 성적처리기간부터 방학식, 졸업식을 포함한 모든 학사일정이 뒤로 미루어지게 되는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도 관내 중학교들 중에는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곳들이 있다.
거리두기 4단계로 전환을 앞두고 교육부의 2/3 등교 방침에 따라 이제는 끝난 줄 알았던 원격수업이 다시 부활했다. 이미 수능을 포함해 각종 평가를 모두 완료하고 취업, 교외체험학습, 가정학습, 기타 사유로 교실에 몇 명 남아있지 않은 고3은 뒤늦은 원격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미 몸만 학교에 있고 정신은 대학, 취업할 기업, 학교 밖의 공간들에 가있는 녀석들이 원격수업에 제대로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위드 코로나의 첫 주 관련 글인 < 위드 코로나 첫 주: 학교에서는>을 작성한 적이 있다.
위드 코로나 첫 주부터 학교현장은 혼란이었고 결국 마지막 주까지 혼란은 계속되었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원격수업을 하든 대면 수업을 하든 학교 현장은 이러한 혼란을 안고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기간에 실행되지 못하여 각종 혼란을 그대로 겪은 학교 현장에서는 더 이상 거리두기가 가지는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2021년의 끝을 마무리하고 2022년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내년에는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에서 벗어나 학교현장이 안정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 미래교육으로 준비해 나가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