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개학으로 3일밖에 되지 않는 한 주였지만 이전의 그 어떤 한주보다도 길었던 것 같다.
신임 학생부장으로 보낸 한 주는 폭풍처럼 지나갔다.
아침 등교시간 오후 하교시간은 학교 주변지역, 점심시간 급식지도 후 넓은 학교 부지를 여러 번 순찰을 돌았다. 주말에 체크해 보니 3kg 정도 체중이 빠져 있었다. 올해가 지나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교복을 제대로 입지 않은 아이들, 염색을 한 아이들, 흡연을 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신경전을 벌이며 한 주를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작년에는 복도에 마주치더라도 인사도 안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나한테 인사를 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교 밖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잘한다. 복도를 지나가면 아이들이 다들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그 짧은 3일 동안 나는 전교의 아이들에게 많이 노출이 되었던 것 같다. 방송으로 진행된 개학식과 입학식에서 학생부장으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학교 생활의 규칙 등을 이야기했다. 또 점심시간에는 급식소 앞에 서서 질서 지도를 하고 교복 착용을 안 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전부터 내 수업을 듣거나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어서 친분이 있는 경우였다. 그냥 스스럼 없이 와서 웃으며 인사도 하고 농담도 하고 간다. ^^
두 번째, 인사를 공손하게 하면서 슬쩍 내 눈치를 보며 약간 물러서는 아이들이 있었다. 약간은 나를 두려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불러서 내가 잔소리를 하거나 뭔가 트집을 잡을까 두려워 하는 듯 하다.
세 번째, 이 경우가 제일 신경 쓰이고 솔직히 학교 밖에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
몇 명이 몰려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무슨 조폭처럼 큰 소리로 단체로 인사를 하는 녀석들이다. 생활태도가 모범적인 아이들이 아닌 경우가 많고 뭔가 나랑 친분이 있다고 과시를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어째튼 유난히 내가 복도를 지나가면 아이들이 인사를 잘했다. 심지어는 학교 주변 순찰 중에 마주치는 아이들도 나에게 열심히 인사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니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어쩌다 보니 졸지에 나는 학교에서 가장 인사를 많이 받는 교사가 되었다. 그런데 마냥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아마 학생부장이라는 역할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한다.!!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나는 인싸 교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무시받는 것보다 나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