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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n 11. 2022

사람이 변했고 직업병이 심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6월 9일은 전국연합학력평가의 날이다.


그동안 준비해온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볼 학생들은 두근 되고 긴장되는 날이지만 또 학업에 큰 뜻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하루 종일 엎드려 잠만 자는 지루한 날이 되기도 한다.


대수능모의평가 나 연합학력평가를 보는 날에는 대부분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보다는 이유로 교복을 입지 않고 편안하게 사복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많다. 심지어는 시험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있을 아이들도 핑계를 대고 대놓고 츄리닝 복장으로 등교한다.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지만 올해는 입장이 다르다.

학생부장이기 때문이다. 


시험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시험시간이나 중식시간에도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부르지 않았다.

하교시간을 기다렸다 중앙현관에 딱 버티고 서서 사복을 입고 해맑게 하교하는 아이들을 불러서 잔소리를 하고 훈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귀에는 큰 헤드셋을 쓰고 완전히 스포티한 츄리닝에 슬리퍼까지 신고 마치 랩퍼처럼 건들거리며 하교하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보는 아이 였지만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내 주위에는 사복을 입고와서 나한테 혼나고 있는 녀석들이 한다스는 서있었기 때문이다.


" 어이! 거기 친구 일루와 봐!"

"................................."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냥 자기 갈길을 가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아이들이 있어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더 크게

 " 어이! 거기 친구 일루오라고"

"................................." 

여전히 반응하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아이에게 뛰어가서 어깨를 잡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 야! 너는 내가 몇 번을 불렀는데 그냥 가?"


" 음악을 듣고 있어 못 들었는데, 왜 그러시죠?"


나를 대하는 녀석의 표정은 시니컬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졌다.

순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더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


" 암만 모의고사라도 완전 사복에 슬리퍼에 복장도 엉망이고 내가 불러도 못 들은 척하고 말이야"

" 너 몇 반 누구야?"

그 순간 그 녀석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 저.. 재수생인데요"


"............................"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보러 온 재수생이었던 것이다. 신청을 하면 재수생들도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수가 있다.

순간 너무 당황이 되었다.


" 어.... 그래... , 미안... 잘 가라"


머쓱해져서 얼른 말을 얼버무리고 자리를 떴다.


무안하고 머쓱해진 마음으로 뒤에서 조잘 대는 아이들의 소리를 못들은 척 하며 총총 걸음으로 하교 지도를 하기 위해 교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고 약간은 눈치 없는 한 녀석이 따라오더니

"샘 직업병이 너무 심하신 것 같아요. "

라고 말하더니 얼른 사라졌다.


'직업병이라.....'

'나의 직업은 교사가 아닌가! , 뭐 경찰도 아니고 경찰 같은 권한도 업고...'

그러고 보니 요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교내 순찰, 등하교 시간 교외 지도 시에 나를 보게 되는 아이들은 눈치를 보면서 인사를 하거나 슬슬 피해 가는 게 느껴지기는 했다.

작년에 내가 담임을 했거나 수업을 들어갔던 아이들도 다른 샘들에게 내가 학생부장이 되더니 무서워지고 변했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원래 아이들이랑 농담도 하면서 비교적 친근하게 지내는 편이었고 최소한의 예의만 지켜 주면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학생부장이 되면서 그럴 수가 없었고 갑자기 원칙주의자가 되었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때로는 아이들과 격하게 부딪히기도 하며 학부모의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은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이다. 예전에도 오랜 기간 근무했었고 두 번째로 다시 근무하면서 또 오래 기간 근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학교이다 보니 봉사한다는 의미로 맡기는 했지만 가끔씩 후회가 되기도 한다. 

젊었을 때 학생부에 있을 때 부장님으로 계시던 해직교사 출신 이셨던 분이 말씀하셨던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닿는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지옥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거고 천국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라고'

비록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혼내고 지도하며 관련 사건들을 처리해야 하는 학생부장이지만 분명히 나의 정체성은 선생님이다. 잘 될련지 모르겠지만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인지하면서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날마다의 학교생활을 임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임마! 나도 변하고 싶지 않다. 니들이 날 변하게 만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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