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쌤 Jul 25. 2023

또 한 명의 금쪽이를 대면하다.

# 금쪽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작년부터 학생부장을 하며 수많은 사건처리를 하고 학교폭력 처리를 했지만 정말 이런 학생은 처음이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 생각도 비슷했다. 

어떻게 고등학생인데도 이럴 수가 있을까?!!


A는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계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었고 이로 인하여 학생부에 와서 여러 번 상담을 받고 진술서도 쓰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한 것은 줄여서 말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아이들이 더 잘못했고 자신은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A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첫 번째, 본인은 절대 잘못한 게 없고 자신이 잘못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대부분의 아이들은 줄여서 말하는데 A는 아예 정말로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진술도 정확하지 않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을 정확하게 쓰지 못한다. 


두 번째, 씨 x이라는 욕이 입에 붙은 것 같다. 무언가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입으로 내뱉는다.


세 번째, 혼자만의 생각으로 잊지도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한말로 오해한다. 아이들이 게임 동영상을 보며 이야기한 것을 자신에게 했다고 생각하고 난리를 친다.


네 번째, 상담과 조사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이 쓴 진술에 기반하여 반대 질문을 하면 자신을 흥분해서 난리를 치고 소리를 친다. 부모에게 학생부장이 자신을 가해자라고 몰아간다고 말한다. 


다섯째, 정서적으로 미성숙해 보인다. 자기 뜻대로 안되면 갑자기 분노하고 화내며 가만이 있지를 못하고 안절부절 한다. 그리고 울먹거리며 엄마한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한다. 


여섯째,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갑자기 자기 뜻대로 안되면 분노하고 무엇가를 내리치기도 한다.


결국에는 학부모도 방문을 했었지만 우리가 잘못한 게 없고 나의 설명으로 차분하게 듣고 돌아갔다. 그렇지만 역시 A의 문제행동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다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A가 요즘 많이 힘든 일이 있어으니까 상담 좀 받으면 어떻겠내고 말했다. 요즘에는 흔하게 아이들이 상담을 받으니까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을 했지만 A의 엄마는 기분 나빠했다. 그리고 담임한테 전화해서 학생부장이 상담받으라고 했다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고 한다. 

A와 관련된 문제상황을 잘 종료시키고 A를 하교시킨 후 얼마 후에 A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격앙된 목소리였다. 또 A가 엄마한테 어떤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A의 엄마는 A만 욕하는 게 아닌데 왜 학생부장이 그렇게 몰아가는 거 아니냐, 그리고 상담받으라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고 따졌다. 

정말 화가 났다. A 때문에 교실에서 아이들도 담임도 학생부 샘들도 얼마나 힘든데. 정말!!!


"어머니, A가 씨 X이라고 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학생부에서 상담하고 진술서 쓸 때 우리 선생님한테 씨 X이라고 했어요. 제가 작년부터 수십 건의 학교폭력 사안 조사했지만 거기 온 아이들 화내고 기분 나쁘게 한 아이들은 많지만 직접적으로 우리한테 욕한 적 없어요. 이거 교권침해도 되고 학교징계 사안도 돼요."


A엄마의 기세가 꺾였다. 기가 죽어 방학기간에 잘 이야기 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할 말이 더 남았다. 


"그리고 오늘 교실에서 있던 일도 아이들이 다 있는데서 A가 흥분해서 B한테 가는 것을 담임선생님이 몸으로 막았는데 손으로 밀친 것도 교권침해고 학교징계 사안입니다. 담임선생님이 그냥 문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아서 넘어가는 건데요."


A엄마는 말을 얼버무리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속이 시원했다.!!!!  뭐 교육청에 신고하든 교육부에 신고하든 내가 잘못한 것 없으니까 잘못한 것 A니까.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두들 알고 있다. A는 또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고 A엄마는 계속 학교로 전화를 할 것이라는 것을....


A는 정서장애가 있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아마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부터 계속되어 오지 않았을까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보는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들이지만 요즘 이슈가 되는 것처럼 과연 저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가 되어 고등학교에 올라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7월 한 달을 너무 힘들게 했던 A 같은 금쪽이들이 있는 교실....


이제 교실과 학교는 배움의 장소가 아닌 것 같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하는 선배들을 보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분들이 정말로 진심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05화 지금 학교는 전쟁 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