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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l 17. 2022

'내로남불'인데 차마 의미를 설명할 수 없었다.

# 학교폭력에 대하여 # 내로남불의 의미

"참! 진짜 너희는 '내로남불'이네."


"저희가 왜 '내로남불'인데요. 근데 '내로남불'은 무슨 한자 성어예요?"


아니 한자성어는 아니고 그게 무슨 뜻이 나면 '내가 하면 로....., 아냐 됐어.'


차마 아이들 앞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민원이 나올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까 교실로 돌아가서 빨리 수업 들어라. 시작종 쳤는데 빨리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을 다시 교실로 돌려보냈다.


학교폭력을 신고 하겠다고 저번에 왔었던 여학생들을 점심시간에 다시 불러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작년에는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과 사소한 서로 감정이 틀어지면서 불편한 관계가 되었고 이로 인해 두 편으로 갈라진 아이들이 서로 헐뜯는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불편한 관계가 된 아이들이 자신들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학교폭력을 신고하겠다고 며칠 전에 찾아왔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여학생들 간의 흔한 감정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대방 아이들 및 담임선생님, 주변 아이들까지 불러 상담을 했지만 학교 폭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어도 그 아이들은 절대 인정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학교폭력을 신고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자는 생기부에 기록이 되는지를 묻는다. 아마 자신들이 피해를 신고하자는 의미보다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았다.


학교폭력의 정의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법령에 정의되어 있는 학교폭력의 정의이다. 학교폭력의 정의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정의해 놓아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청/교육부 매뉴얼에는 피해자 중심주의로 되어 있어 피해가가 원하면 학교폭력이 아니란 판단이 들어도 무조건 학교폭력을 접수해야 한다. 자의적 판단으로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 하지 않았다가는 해당 교사 및 학교장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접수할 마음을 가지고 다음날 다시 여학생들을 불렀다. 그리고 상대방 아이들, 담임선생님, 주변 목격자 조사를 통하여 조사된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경미한 사안이지만 너희들이 원하니 학교폭력을 접수한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너희들도 그 학생들에 대하여 헛소문을 낸 것이 있어 쌍방으로 해서 학폭위 개최를 교육청에 요청해야 될 것 같아"


"우리는 잘 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쌍방이 돼요" 아이들은 버럭 하면서 이야기한다.


화가 났지만 차분하게 조사한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관련 증언이나 진술서도 다있다고 말하니 기세가 누그러들었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잘 못도 인정했다.

학교폭력 신고를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말하고 아이들은 교실로 조용히 돌아갔다. 처음에 학교폭력 신고를 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오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결국 양쪽 학생들 모두 다 학교폭력을 접수하지 않았고 사안도 경미하여 없는 일이 되었다.




올해 처음 학생부장을 맡게 되었지만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충분히 서로 대화를 통하여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 충분히 해결이 될 수 있는 내용들도 아이들은 학교폭력 신고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신고하면 상대방 아이들이 어떤 조치를 당하는지를 물어본다. 물론 그것을 내가 알 수 없다. 학교에서는 관련 내용만 조사해서 보내고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위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조치명령을 내린다. 학폭위가 교육청으로 넘어가서 각종 민원 및 소송으로부터 학교가 자유로워졌지만 대신 엄청난의 양의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조치 결정이 내리면 학생 및 학부모가 해당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결과를 보고하는 것도 그대로 학교의 몫이다.

MZ인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기기의 사용에 능하고 같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sns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대신에 면대면으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에는 많이 서툰 것 같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하다. 절대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다른 사람만 잘 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한테 예의 없고 버릇없게 행동하며 선생님이 그런 행동을 지적하거나 혼을 내면 버럭 하며 자신에게 왜 이러냐고 화를 낸다. '내로남불'의 전형인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지 않다. 훌륭한 인성에 좋은 대인관계를 가지고 아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mz 세대인 요즘 아이들이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서툰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교육이 아이들 간에 관계의 단절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은 이제 교육뿐 아니라 회사 업무 및 일상에 있어서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최소한의 면대면 소통을 통하여 관계를 형성하고 인간성에 기반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로남불의 유래

1996년 6월 12일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어가 되기 시작하였다.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 말했다. 1996년에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정당의 '의원 빼내기'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이런 발언이 사자성어처럼 '내로남불'로 축약되어 사용된 것은 2004년 시네 21 잡지에서 사용되었으며, 정치권에서는 2009년 12월 당시 조전혁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석상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압축적으로 표현하여 인용한 것이 최초 기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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