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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Mar 10. 2022

깊은 숲속에 온 것 같은 도심 속
그 곳

# 창덕궁 후원인 비원에 대하여

서울 도심 한가운데 깊은 숲속에 있는 같은 힐링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비원이다


'비원( 祕苑)'

조경을 전공했거나 정원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잘 모르는 이름이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은 조선왕실의 정원 양식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1997년 비원은 창덕궁과 같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우리의 정원은 비원과 경주역사문화지구 2개이다. 하지만 경주역사문화지구는 경주시의 거의 전체에 해당하고 실제로 정원 단위로 지정된 곳은 창덕궁 후원이 유일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창덕궁 후원인 비원이 개방된 것은 2004년부터이며 현재도 후원 전체가 개방되어 있지는 않다. 이러한 이유로 관람을 위해서는 따로 별도의 예약을 해야 되며 관람 시에도 전담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관람을 하고 있으며 개방을 하는 곳도 조금씩 달라진다. 관람을 하는 동안 쉬는 시간이나 사진을 찍을 시간도 주어 자유롭기는 하지만 다른 궁궐들처럼 무조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창덕궁 후원이 아직까지 조선의 왕실 정원의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덕궁 후원의 이모저모 


하나, 창덕궁 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입구를 지나 후원으로 가는 길이다. 

창덕궁 후원 입구(평소에는 막혀있다.) / 후원으로 가는 길(마치 숲 한가운데 있는 산책로 같은 느낌)



둘, 창덕궁 후원의 첫 번째 장소인 부용지와 정자인 부용정

부용정은 방지원도(네모난 연못에 가운데 동그란 섬이 있고 섬에는 소나무가 심겨 있다. 신선사상의 영향으로 조선시대 유행했던 정원 양식이다.)의 형태이며 주합루는 기둥 두 개가 연못으로 나가 있어 정자에서 보면 보다 물에 더 다가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셋, 창덕궁의 두 번째 장소는 애련지와 애련정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불로문을 지나면 또 하나의 연못과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앞의 부용지와 부용정과 또 다른 느낌을 가지는 애련지와 애련정이 있으며 역시 방지원도의 형태이다. 애련이라는 이름답게 연못에는 연꽃이 많다.

불로문 / 애련정 / 애련지

넷, 사대부의 집을 모방하여 만든 연경당

효명세자가 사대부의 삶을 알기 위하여 요청하여 만들어진 조선 후기 상류층의 저택을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99칸이라고 하나 실제는 106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경당의 건물 중 일부 /  연경당 입구



다섯, 존덕정과 폄우사

존덕정과 폄우사가 있는 곳은 창덕궁 후원 중에서 가장 늦게 조성된 곳으로 겹지붕의 형태로 되어 있는 존덕정(尊德亭)은 '어리석은 자에게 돌침을 놓아 깨우쳐 경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권면하라는 말이다. 폄우사는 원래 'ㄱ'자형이었으나 부속시설이 없어지고 단출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폄우사 / 존덕정

여섯, 왕이 곡수연을 베풀었던 옥류천

창덕궁 후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옥류천에는 거대한 바위인 소요함을 깎아 내고 수로를 만들어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어내는 유상곡수연을 베풀었던 장소이다. 그리고 옥류천에는 초당인 청의정과 태극정 등의 정자들이 존재한다.

위 왼쪽 옥류천의 수로 / 위 오른쪽 태극정 / 아래 왼쪽 옥류천 수로의 원경 / 아래 오른쪽 청의정


일곱, 창덕궁 낙선재 뒤편의 화계

화계는 고려시대부터 나타났으나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발달한 조선 고유의 정원 양식으로 풍수지리설에 기반한다. 집 뒤가 높으면 길하다는 풍수지리설에 근거하여 흙을 쌓고 장대석으로 놓으며 각종 수목을 식재하고 괴석이나 점경물을 배치한다. 창덕궁 낙선재 뒤편 정원에 화계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덕수궁, 경복궁, 그리고 창경궁과 같은 조선시대의 궁궐들 중 그 원형이 보존된 곳이 없다. 특히 창덕궁과 연결되어 있던 창경궁은 일제에 의하여 창경원이라는 유원지로 바뀌어 수모를 당했다. 나의 기억에 창경원은 어릴 때 꼭 가고 싶었던 놀이동산 이었었다. 창경원이 원래 조선시대 궁궐이었다는 것은 대학에 들어가 조경사를 배우며 알게 되었다.

창덕궁 후원은 일반인에게 개방된 지 채 20년이 되지 않았고 그것도 일부 코스만 개방이 되었으며 보존을 위해 개방하는 코스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사전 예약제로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지정된 곳만 관람이 가능하다. 보존보다는 대중의 이용을 더 중요시하는 우리의 문화에서는 조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 정원과 수목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 후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넘어서서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역사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당위성을 떠나서 봄이나 이른 여름 정해진 인원만 관람이 이루어지는 창덕궁 후원을 산책하다 보면 이곳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조선 왕궁의 정원을 느끼면서 조용하면서도 평온한 산책과 관람을 하고 싶다고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도심 속 깊은 숲속에 온 듯한 적막함을 느끼며 정원을 산책하며 그 시절 왕들의 일상을 상상해 본다.'

'도심 속 깊은 숲속에 온 듯한 적막함을 느끼며 정원을 산책하며 그 시절 왕들의 일상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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