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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l 10. 2022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루드베키아에 대하여

요즘 길 멍을 실천하고 있다. 덕분에 나름 우리 딸들에게 홀쭉해졌다는 말도 들었다.


그냥 바닥만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있을 때


"엄마! 해바라기가 왜 이렇게 작아?"


라는 소리가 귀에  들어와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5~6살쯤 되는 귀여운 아이가 같이 엄마에게 길옆에 피어있는 꽃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어... 키가 작은 해바라기 종류라서 그럴 거야"

"그러면 더 안 자라?"

"요즘 날씨가 덥고 건조해서 잘 안 자랐을 거야. 나중에 보면 더 크게 자라 있을 거야. 나중에 다시 보러 오자"


엄마는 아이에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이 꽃은 해바라기가 아니고 루드베키아라고 하는 외국 꽃입니다. 많이들 착각하세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냥 마음속에만 되뇌고 모녀를 지나쳐 다시 걸었다.







루드베키아에 대하여



루드베키아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 속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한해살이부터 여러해살이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키는 90cm 내외이며 줄기 끝에 하나씩 피며 꽃의 색은 노란색이고 중앙부는 암갈색을 가진다.

해바라기를 닮은 꽃을 가득 피우고 생명력이 강력하여 조경용으로 많이 선호되고 있다.


간혹 가다가 주택정원에 심으신 분들이 당황하시는 경우가 있다. 루드베키아가 심긴 자리를 넘어서서 다른 꽃들이 있는 곳까지 다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루드베키아는 번식력이 굉장히 좋아 척박한 환경에서도 잡초에 지지 않고 잘 생존한다. 그리고 생존하는 것을 넘어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런 이유로 공원, 도로 등의 주변부에 많이 식재되는 꽃이다.




걷기는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모녀가 아빠로 보이는 남자와 같이 세 가족이 다정하게 걷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질문을 하는 아이와 아이의 질문에 눈높이를 맞추어서 진지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뭐 해바라기면 어떻고 루드베키아면 어떤까? 아이의 기억 속에는 엄마와 같이 길을 걸으며 길가에 피어있는 꽃에 대해 이야기 한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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