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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n 26. 2022

길 멍에 도전하다

# 걸으며 바람을 느끼다

요즘에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걷는 것이다.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늦게 퇴근을 해도 가급적 걷기를 거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음악도 듣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며 걸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부지런히 걷는 것이 운동효과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때 불멍이 유행이었고 관련 스마트 어플도 많이 출시되었다.

나는 불멍 대신 길 멍을 실천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다음과 같이 해 보았다.



첫 번째, 사람이 가급적 적거나 많이 다니지 않는 장소를 택해 걸었다.

그런데 도심에 솔직히 그런 장소는 없었다. 그래서 집 주변 하천변 산책로 중 주택가가 아닌 자동차 도로 쪽에 인접한 비교적 다니는 사람이 적은 산책길을 골랐다. 


두 번째, 뛰지 않고 걸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뛰었지만 뛰게 되면 숨이 차게 되고 마주오는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자전거들과 부딪히지 않게 신경을 더 써야 돼서 온전하게 길 멍에 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걸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좀 더 빨리 걸었다. 


세 번째, 중간에 쉬지 않았다.

2~3킬로의 짧은 거리를 걸을 때는 쉬지 않고 계속 걸었고, 6~7킬로 정도 걸을 때는 중간에 한 번만 쉬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쉬면서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대신 주변 경치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주변 경치나 걸어왔던 길을 찍었다. 


네 번째, 음악을 듣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하지만 유선 이어폰을 끼면 이어폰 줄이 출렁대서 신경이 쓰였고, 무선 이어폰을 걸음의 속도에 따라 끊어짐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을 들으니 걷는데 신경이 집중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음악 대신 바람의 소리를 느꼈다. 

하천변 산책로라서 바람이 많이 분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이르면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느끼며 걸었다. 물론 눈을 감고 오랜 시간 걷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마주오는 사람이나 자전거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기는 했지만 가급적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느끼며 길을 걸어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길 멍을 실천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땀을 흘려 상쾌한 것도 있었지만 아까 들었던 바람의 소리의 잔향이 머릿속에 남아 조금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바람을 느끼며 걷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는 몰랐다. 예전에는 살을 빼고 체력을 기른다는 명목 하에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아둥바둥 삶에서 치이고 집에 돌아와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뭔가를 또 열심히 치열하게 하려고 했고 운동도 그렇게 했다. 이제는 그렇게 뛰기에는 몸에 부담도 가고 신나는 음악보다는 자연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서는 걷다가 중간에 서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느끼며 나만의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바람과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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