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같던 언니가 진짜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을 때
나에게는 엄마가 둘 있다.
한 명은 진짜 날 낳아준 엄마, 그리고 또 한 명은 엄마같은 언니이다.
나이 차이가 10살 가까이 나는 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태어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물론 언니가 사춘기의 늪에 빠졌을 때에는 논외로 하겠다)
성인이 되어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언니는 나의 첫번째 절친이자 두번째 엄마가 되었다.
그런 언니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고, 이듬해 예쁜 딸을 임신했다.
언니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참 오묘하고 복합적이었다.
언니의 가족에 찾아온 축복 같은 소식에 감사했고
새롭게 찾아올 조카와의 시간이 설레고 기대되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언니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니가 결혼을 한다 했을 때에는, 언니를 보내준다기 보다는 형부가 우리 집에 새로 온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달랐다.
이제 더이상 이전과 같이 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없음을 알기에, 언니가 더 이상 나의 두 번째 엄마 역할을 해주기에는 벅차다는 것을 알기에.
진짜 엄마가 되어버리는 나의 두번째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초음파 사진을 끊임없이 보며 '귀여워!!!!!!'를 외치는 나를 보니
두번째 엄마는 잃었지만, 내가 우리 조카의 두번째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