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공부는 대체 왜 해야하는거에요?"
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 덕(?)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학원, 수학학원, 과학학원을 돌며 습관처럼 공부하던 나는 문득 이런 사춘기 중학생일 할 법한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이걸 왜 공부하는거지?'
나는 학교선생님들께 정말 악의 없이 질문했다.
(진심으로 악의나 반항 없는 맑은 질문이었다고 확신한다. 난 정말 궁금했던 것 뿐이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초딩의 이런 질문에 어떤 명쾌한 답을 줘야할지 당황해하며
'공부를 해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지~' '나중에 다 쓸모가 있단다' 등의 대답을 하셨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당시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 한 선생님께서 내게 답을 주셨고 그건 이후에도 내 인생의 모든 공부의 순간에 적용되었다.
그 선생님의 답을 인용해보겠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마치 배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는 돈을 모으는 것과 같단다.
너에게 3000원이 있다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한 종류 밖에 못고르지만
너에게 30,000원이 있다면 너는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5종류는 고를 수 있을거야.
너가 학창시절에 공부한 것이 차곡차곡 쌓여 30,000원 어치가 된다면, 너는 인생에서 너가 하고 싶은 31가지 일들 중에 5가지는 골라서 할 수 있게 될거야.
세상에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지만, 아무나 그것을 고를 수 있는건 아니란다.
분명히 그 선택에는 자격이 존재하고, 그 자격을 얻는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해보렴.
도대체가 무엇에 쓰일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수학 공식, 과학 이론, 국어 지문들.
뜬구름 같았던 공부들이 그 말에 명쾌한 길을 찾았다.
(어찌보면 '공부를 해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지'와 같은 맥락이기는 하나, 어린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 아이스크림만한 비유가 또 있었을까.)
그 이후에도 고등학교 시절 수능공부에서 길을 잃었을 때, 대학에서 필요 없어보이는 전공이론을 배울 때와 같이 공부에 회의감이 들 때면, 10년도 더 된 그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 나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 순간이 온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