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밥을 정말 빨리 먹는다.
아니, 사실은 마신다고 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같이 먹을 때면 숨이 넘어갈 것 같아서, 가끔은 천천히 먹으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 아빠 또래의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일이 있어 식사를 하던 중, 그 분도 아빠처럼 숨 넘어갈 듯이 밥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아빠는 왜 밥을 빨리 먹게 되었을까?
바닥부터 사업을 시작해서 밥 먹을 시간 없이 바쁘게 일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려온 아빠의 인생에서, 천천히 앉아 밥을 먹으며 감상을 즐길 여유와 시간이 있었을까.
밥 같은 것은 빨리 먹어버리고 뛰어가야 할 일도 있었을 것이고, 먹다말고 치우지도 못한 채 달려가야 할 일도 많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도 어쩌면, 천천히 앉아서 하나하나 음미하고 먹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어쩌다보니 그렇게 밥을 빨리 먹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빠의 습관이 안쓰럽고 감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