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골목길 모퉁이
구멍가게 집 앞에는
분명히 잡견인데 어딘지 모르게
기품있어 보이는 늙은 강아지가 한마리 있다.
늙었는데 무슨 강아지라고 하느뇨 하겠지만
그냥 그 개는 강아지라는 말이 딱이어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주인을 봐도 꼬리를 흔드는 법이 없고,
늘 댓돌 자리에 턱을 괴고 누워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품있는 녀석.
더군다나 지나가는 행인들이
귀엽다고 눈길 한 번 던져도
차갑게 돌아서는 도도한 녀석.
행여 빵 부스러기 하나라도 던져줄 때면
아닌 척 하고 먼 산만 멀뚱히 바라보다가
나 가는 기척을 듣고서야 슬그머니 주워먹는
그런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오늘 밤에는
가로등 밑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는
꽂꽂하게 서서는 나를 반긴다.
나를 기다린건지 아니면
그냥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꼬리를 제법 세차게 흔드는게 꽤 오랫동안 기다렸나보다.
그래.
너도 외로운 게지.
너도 사무치는 외로움엔
가끔 그렇게라도 몸서리를 치는게지.
오늘같이 밤이 차가운 그런 날에는
아려오는 가슴 한켠을
누군가에게 부비고 싶은게지.
그런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