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로등 밑 그 강아지

by 지구별여행자

우리동네 골목길 모퉁이


구멍가게 집 앞에는


분명히 잡견인데 어딘지 모르게


기품있어 보이는 늙은 강아지가 한마리 있다.


늙었는데 무슨 강아지라고 하느뇨 하겠지만


그냥 그 개는 강아지라는 말이 딱이어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주인을 봐도 꼬리를 흔드는 법이 없고,


늘 댓돌 자리에 턱을 괴고 누워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품있는 녀석.


더군다나 지나가는 행인들이


귀엽다고 눈길 한 번 던져도


차갑게 돌아서는 도도한 녀석.


행여 빵 부스러기 하나라도 던져줄 때면


아닌 척 하고 먼 산만 멀뚱히 바라보다가


나 가는 기척을 듣고서야 슬그머니 주워먹는


그런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오늘 밤에는


가로등 밑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는


꽂꽂하게 서서는 나를 반긴다.


나를 기다린건지 아니면


그냥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꼬리를 제법 세차게 흔드는게 꽤 오랫동안 기다렸나보다.



그래.


너도 외로운 게지.


너도 사무치는 외로움엔


가끔 그렇게라도 몸서리를 치는게지.


오늘같이 밤이 차가운 그런 날에는


아려오는 가슴 한켠을


누군가에게 부비고 싶은게지.


그런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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